(토마토칼럼)중처법에 대응하는 자세

입력 : 2024-04-09 오전 6:00:00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최고형이 나왔습니다.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의 불안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난 1월27일부터 중처법이 확대 적용되면서 지속적으로 부담감을 토로하던 중소기업계는 급기야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도 나선 상황입니다.
 
중소기업계의 불안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사업장의 중대재해에 대해 경영책임자가 최종 책임을 지는 구조는 기업의 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가 징역이라도 살게 되면 경영이 사실상 올스톱 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중처법 확대 적용시 줄도산이 불가피하다는 중소기업계의 말을 엄살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헌재로 달려간 중소기업계는 중처법이 위헌이라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까요? 법률 전문가들은 위헌 판단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합니다. 기업 입장에서 리스크를 줄이려면 차라리 법 개정으로 가는 게 맞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법 개정이 어려우니 헌법소원 심판으로 간 것이지만, 불가능한 일을 두고 괜히 헛힘 빼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깝습니다. 
 
이제는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법은 이미 시행됐습니다. 게다가 사람의 목숨이 그 무엇보다도 귀하다는 대명제는 반박하기도 어렵습니다. 중처법 대응을 이제라도 촘촘하게 해나가야 합니다. 다만 기업이 알아서 하는 현재의 방법에 맡겨만 둬서는 안됩니다.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요구해야 합니다. 국가가 중처법에 따른 처벌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어쩌면 기업이 중처법에 따른 처벌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사람의 목숨을 소중히 하는 기업문화 조성'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법은 도구일 뿐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으니까요.
 
'노동자의 사망사고 혹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을 들여다보니 제대로 된 안전보건관리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더라, 그래서 처벌한다'는 게 현재의 중처법입니다. 만약 중처법을 보완한다면, 중대재해가 벌어지기 전 선제대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차라리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미리 처벌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중처법에 따른 처벌보다는 더 낮은 수위의 처벌일 것이고,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더 큰 리스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대기업에선 위험의 외주화가 이뤄진 지 오래고, 또 외주 시장도 하청에 하청을 거듭하는 것이 표준이 된 현 산업구조에서 중소기업의 숨구멍을 터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운전자가 사람을 실제로 다치게 할 때뿐만 아니라 신호 위반만 하더라도 처벌을 하는 도로교통법은 궁극적으로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중처법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입니다. 중처법이 경영책임자의 처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다른 법제도의 발전까지 야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기대합니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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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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