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국내 소비·투자 '부진'…반도체 재고도 여전히 높아

10월 소매판매 4.4%↓…전월보다 2.4% 더 줄어
서비스소비도 증가 폭 줄어…2.1%→0.8%로 둔화
"반도체 재고 크게 누적된 가운데 설비투자 감소세"
설비투자 -9.7%로 감소 폭 키워…부진 지속 전망

입력 : 2023-12-07 오후 3:52:09
 
[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소비·투자가 부진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습니다.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 지수가 1년 전보다 4.4% 하락하는 등 감소 폭 확대를 고려하면 내수 둔화 흐름이 뚜렷합니다. 
 
소비자심리지수도 지난달 하락세에 이은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어 내수둔화 흐름은 더욱 가시화될 전망입니다. 수출의 경우는 반도체 경기 반등에도 재고 수준이 여전히 높은 만큼, 설비투자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12월 경제동향'을 통해 "고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소비와 설비 투자가 부진한 모습"이라고 7일 밝혔습니다.
 
10월 기준 소매판매는 4.4% 감소로 지난해(-2.0%)보다 감소 폭이 벌어졌습니다. 상품소비와 밀접한 도소매업생산도 3.7%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던 서비스소비도 증가폭이 줄었습니다. 서비스업생산은 작년의 경우 2.1% 증가했지만, 올해 0.8% 증가에 그쳤습니다. 5.2% 감소를 기록한 숙박 및 음식점업을 중심으로 낮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도 98.1에서 97.2로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이 추세라면 소비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비재 재고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는 등 상품소비가 위축된 모습이라는 게 KDI 측의 설명입니다.
 
고금리 장기화로 설비투자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10월 기준 설비투자는 작년 5.6% 마이너스에서 올해 9.7% 마이너스로 감소 폭이 크게 뛰었습니다. 
 
KDI는 "반도체 경기 반등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재고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관련 설비투자 수요가 제한된 모습"이라며 "반도체 투자와 밀접한 특수산업용기계의 감소세가 확대되고 여타 기계류도 고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부진이 지속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특수산업용기계는 올해 20.4% 급감했는데, 이는 지난해(-11.7%)보다 8.7%포인트 감소한 규모입니다. 운송장비도 1.5% 마이너스에서 -4.3% 감소 폭을 키웠고 자동차는 -11.3%에서 -15.1%로 부진이 커졌습니다.
 
변동성이 높은 특수산업용기계수주는 10월 14.7% 증가했지만, 3개월 이동 평균 기준으로 30.0%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반도체 투자 부진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7일 '12월 경제동향'을 통해 "고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소비와 설비 투자가 부진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부산항 모습. (사진=뉴시스)
 
반면, 수출면에서는 서서히 완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지난달 수출은 지난해 5.1% 증가에서 올해 7.8% 증가로 늘어난 수준입니다.
 
반도체 반등요인이 큽니다. 핵심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작년 3.1% 감소에서 올해 12.9% 증가세로 전환했습니다.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에서는 자동차(21.5%)를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수출 성적이 안좋았던 만큼 전년과 비교한 기조효과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높습니다. 
 
수입(-11.6%)은 단가 하락에 기인해 원유, 석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자원을 중심으로 감소 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취업자 수는 10월 기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지난 9월 30만9000명보다 늘어난 34만6000명을 기록했습니다. 실업률은 2.6%에서 2.5%로 하락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 3.8%에서 3.3%로 소폭 하락한 모습입니다. 이는 국제유가 하락에 기인한 것으로 석유류 가격이 -1.3%에서 -5.1%로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10월 주택 매매도 고금리 기조로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고 거래량도 낮은 수준에 정체됐다고 분석했습니다.
 
KDI는 "주택준공이 전년동월대비 56.5% 감소한 2만호에 그쳤다"며 "인허가, 착공 등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며 향후 주택공급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7일 '12월 경제동향'을 통해 "고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소비와 설비 투자가 부진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 텅 빈 카트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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