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혜의 재계와 로이어)지식재산권 분쟁 방지하려면 "퇴사할 땐 맨몸으로"

율촌 'IP & Tech 융합' 구민승·임형주 변호사
평생직장 사라진 시대, 영업비밀 분쟁 증가
'독점권'보다 '창작자 권익 보호' 방점 추세
IP 지키려면 착상 등 개발 과정 확보 필수

입력 : 2023-12-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기업이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지속해서 생존하려면 변화의 흐름을 읽고 더 과감하고 민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기업 자문과 송무에서 활약하고 있는 기업인수합병, 산업안전, 환경, 지식재산권 등 분야별 로펌 변호사들을 만나 기업이 직면한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대응 방향을 법률가의 시각으로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흐려지면서 이직이 활발해졌습니다. 그런데 경력사원을 뽑는 이유는 그동안 일하면서 축적된 지식과 노하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맨몸으로 갈 수는 없는 거죠. 혼수 해 가듯 새 직장에 조금씩 가져가다보니 영업비밀 관련 분쟁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법무법인 율촌 본사에서 만난 임형주 변호사는 지식재산권 개념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지식재산권(IP)은 인간의 창조적 활동 또는 경험 등을 통해 창출하거나 발견한 지식·정보·기술이나 표현, 표시 등 무형적인 것인데요. 한마디로 지적창작물에 부여된 재산에 관한 권리를 말합니다. 
 
인터넷과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기술 교류와 지적성과물의 공개가 활발해졌습니다. 기계와 사람 간 연결을 의미하는 5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직장인들의 삶 속에도 지식재산권은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국내법에는 양벌 규정이 있어 영업비밀을 반출할 경우 사람뿐 아니라 이직한 회사도 처벌을 받습니다. 기업 대 기업의 싸움으로 번지는 겁니다. 
 
대표적 사례가 대유위니아와 경동나비엔 소송, 한국콜마와 신세계인터코스 사건입니다. 율촌은 대유위니아의 영업비밀을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퇴직 직원 2명과 이들이 취업한 경동나비엔에 대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사용) 등의 혐의가 문제된 형사사건에서 수사 단계부터 공판 단계까지 피해자인 대유위니아를 대리했는데요. 피고인들에 대해 각 징역형, 경동나비엔에 대해 5000만원의 벌금형 등 판결을 이끌어 냈습니다.
 
율촌 'IP & Tech 융합' 부문에는 60여명의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략팀, 신산업팀, 데이터팀, 환경에너지팀, 핀테크팀 등 5개 팀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대법원 지적재산권조 총괄재판연구관 출신 구민승 변호사(연수원 31기)가 전략팀장을, 다양한 IT·BT 기업 이슈를 다뤄온 임형주 변호사(35기)가 신산업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율촌은 ‘글로벌 IP Awards 2023’에서 ‘올해의 한국 상표 소송 로펌상을 수상하고 IAM Patent 1000 등 해외 매체 등으로부터 '올해의 지적재산권 로펌'으로 선정됐습니다. 
 
법무법인 율촌 'IP & Tech 융합' 부문 구민승·임형주 변호사(오른쪽)가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율촌)
 
-율촌 'IP & Tech 융합' 부문의 강점.
 
임형주 변호사(이하 임): 고인물이 없습니다(웃음). 김앤장, 광장 등 50~60년 된 로펌에 비하면 율촌은 이제 막 20여년된 로펌입니다. 출발이 늦은 만큼 항상 새롭고 진취적인 시도를 하려고 합니다. 실제 비교적 젊은 변호사, 변리사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새로운 트렌드에 재빠르게 적응하고 개척합니다. 
 
구민승 변호사(이하 구): 당장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도 새로운 시도에 시간을 허용해 주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다른 국내 로펌에서 시도한 적 없는 IP 융합 부문의 출범이야말로 이러한 시스템과 회사 철학이 반영된 것이지요. IP 융합 부문이 공정거래 부문과 교류가 활발한 것도 다른 로펌과 차별화되는 포인트입니다. 
 
-IP와 공정거래는 어떤 연관성이 있나요?
 
: IP와 공정거래가 부딪히는 부분이 '브랜드' 파트입니다. 예컨대 LG나 삼성, 현대 등은 계열사가 많지요. '현대'라는 브랜드는 현대글로비스도, 현대위아도 사용합니다. 상표 등록권자에게 브랜드 로열티를 줘야 하는데요. 로열티를 많이 지불하면 지주회사 몰아주기가 되고 적게 주면 지주회사가 계열사를 밀어주는 게 됩니다. 원래 받을 비용보다 적게 받는 셈이니까요. 그런데 상표권자가 로열티를 얼마를 받든 그건 자유입니다. 독점권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런 경우 바로 공정거래법이 개입하게 됩니다. 상표권자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인데요. 이런 부분에서 IP와 공정거래법이 충돌할 때가 많습니다. 율촌은 이런 부분에서 두 파트가 협력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IP 관련 분쟁 추세가 궁금합니다. 
 
: 예전에 '독점권 부여'에 중점을 뒀다면 요즘은 '창작자 권익 보호'에 방점이 찍히고 있습니다. 요즘 판결 추세를 보면 특허로 등록돼 있지 않더라도 영업비밀로 관리해왔다면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특허만 있으면 회피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들의 권리라며 들이닥칠지 모르게 됐다는 얘기입니다. 지식재산권이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가 되면서 기업 입장에서 주의할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 직무 발명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종업원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개발한 발명을 뜻합니다. 한마디로 개발은 사람이 했지만 권리자는 회사인 거죠. 그런데 사람이 회사에 직무발명보상금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 이런 소송이 엄청 늘고 있습니다. 권리 의식이 높아지면서 창작한 사람들이 보상을 받으려는 움직임이 분쟁화되고 있는 셈이죠.
 
-기업 입장에서 IP를 지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 개발한 기술이 어떠한 착상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정리해 두고 이를 잘 보관하며 보안을 지키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어떤 상품을 벤치마킹했다면 그 앞에 뭐가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 예전에 유리컵이었는데 페트병이 나온다면 굉장한 혁신이지요. 혁신이 크면 보호 범위도 커집니다. 그만큼 앞의 히스토리를 미리 확보해 놓는 게 중요합니다. 
 
법무법인 율촌 'IP & Tech 융합' 부문 왼쪽부터 구민승·임형주 변호사. (사진=율촌)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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