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당초 재계선 총선을 앞두고 사정바람이 불 것을 관측했는데 점점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카카오, 한국앤컴퍼니 등의 사법 이슈에 더해 현대오토에버 압수수색까지 벌어져 재계의 긴장감이 역력합니다. 검찰 기소가 쉬운 배임죄 유형인데 재계는 법상 관련 규정을 완화해 달라고 건의하고 있습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 압수수색으로 KT와 현대차간 주식 고가 매입, 일감몰아주기 등의 배임 수사가 속도를 냅니다. 한쪽에선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상 혐의로 법정 공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재계는 가뜩이나 부산엑스포 유치전 참패 후 불똥이 튈까 눈치를 살피던 중이라 더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연중 재계에서는 사정당국에서 내사 중인 그룹 명단이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재계 저승사자는 검찰이지만 요즘엔 금감원도 못지 않습니다. 금감원 조사 후 카카오는 SM엔터 주식 시세조정 혐의로 법정에 올라 있습니다.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감원장이 기업 조사를 주도하며 재계가 몸을 사리는 중입니다. 연말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깨지고 내각 개편에서 유임되자 그간 내사했던 사건들이 수면 위에 오를까 염려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의 화살은 한국앤컴퍼니를 향하고 있습니다.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발표 전날 주가가 급등한 것에 대해 선행매매 여부를 살피는 중입니다. 이밖에 정기조사로 전해졌지만 한화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이뤄지고,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후 압수수색 등 GS건설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입니다.
그룹 총수가 자주 엮이는 사법 혐의가 배임죄입니다. 기업의 배임 리스크가 계속되자 재계는 법 규정 완화를 정부에 건의하고 나섰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경제인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최근 배임죄를 처벌하는 한국, 독일, 영국, 미국, 프랑스, 일본 중 (일반)배임죄, 업무상 배임죄, 특별배임죄가 모두 있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한국의 특경법상 형량은 살인죄와 동일한 점 등을 들어 기업인들의 배임 리스크가 과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배임죄는 규정이 모호해 경영판단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에도 사정 국면에서는 기업인을 기소하기 쉬운 무기가 된다”며 “배임 리스크를 걱정해 경영판단이 소극적으로 바뀔 수 있는 만큼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