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링크플레이션 철퇴…"꼼수 마케팅 성행 우려"

정부, 업계 만연한 슈링크플레이션 행태 전격 제동
용량 변경 사실 의무화 및 모니터링 강화
전문가들 "업계, 식품 질 낮추는 방향으로 가닥 잡을 것"

입력 : 2023-12-14 오후 4:07:55
 
[뉴스토마토 김충범·유태영 기자] 정부가 그간 식품 업계에서 만연했던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행태에 제동을 걸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따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업체가 제품 가격을 기존대로 유지하되 크기나 중량을 줄일 수 있어 실속을 챙길 수 있지만, 소비자들을 기만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된 마케팅 기법입니다. 이에 정부는 앞으로 제품 용량이 바뀌면 이를 포장지에 의무적으로 표시하게 하고, 이를 어길 시 과태료도 부과한다는 방침인데요.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가격을 낮추지도, 용량을 줄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원재료 질을 떨어뜨리는 등 꼼수 마케팅이 성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1년 새 총 9개 품목, 37개 상품 용량 줄어
 
1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제품의 용량 축소 등에 대한 정보 제공 확대 방안을 내놨습니다.
 
먼저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가격정보종합 포털사이트 참가격에서 관리하는 가공식품 209개를 실태 조사한 결과, 최근 1년(2022년 12월~2023년 11월) 새 3개 품목(19개 상품)에서 용량 축소가 확인됐습니다.
 
또 신고 센터를 통해 접수된 사례, 언론에 보도된 사례 등까지 종합할 경우 총 9개 품목(37개 상품)의 용량이 줄었습니다.
 
일례로 바프(HBAF)의 허니버터아몬드 등 견과류 16개 제품, CJ제일제당의 백설 그릴 비엔나, 서울우유의 체다치즈 20매 상품과 15매 상품 등 용량은 7.7~12.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이중 바프는 용량 변경 사실을 자사몰을 통해 공지하기도 했습니다.
 
공정위는 제품 포장지에 용량 변경 사실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법적 제도 마련에 착수합니다. 또 앞으로 고지 없이 용량을 변경할 시 부정행위로 간주하고,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특히 제품 용량 변경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차원에서 내년부터 소비자원에 가격조사전담팀을 신설하고, 참가격 모니터링 대상도 현재 128개 품목(336개 상품)에서 158개 품목(500여개 상품)으로 넓힌다는 방침입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별다른 고지 없이 제품 용량 등을 변경하는 편법적인 가격 인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공동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반작용 행태 불가피…품질 저하 우려
 
정부가 식품 가격 안정을 위해 저인망식 모니터링을 도입하고 기업에 직접적 압박을 가하겠다고 밝힌 만큼, 당분간 기업들의 슈링크플레이션 행태에는 제동이 걸릴 전망입니다.
 
하지만 이번 방안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또 다른 반작용 행태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인데요.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슈링크플레이션 근절 방안 배경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라며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용량 조절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에 다른 부수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상품의 질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가격 및 용량을 낮추는 것과 달리, 재료의 질을 낮추는 부분은 소비자들이 감지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라며 "품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주요 회사들의 가격 인상에 대해 밝히는 정도로도 업계에 충분한 압박이 된다고 봤는데, 정부는 이보다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업들의 가격 결정권을 박탈하는 행위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식품 업체들에 제품 용량을 줄이거나 원재료 함량 비율을 낮출 때 고지 의무를 정한 것은 올바르다고 본다"며 "다만 정부가 기업들에게 가격 결정권을 뺏다시피 한 상황에서 이 같은 의무까지 부여하면, 기업들은 저품질의 식품을 생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의 알 권리 강화 측면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는 바람직하다"면서도 "정부가 무리한 가격 통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제품을 얼마에 팔든지 간섭하지는 말아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식품 코너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유태영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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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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