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는 계속 척지고 가는 건가요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 신원식 장관 "중국의 대북 영향력, 우리 생각만큼 크지 않아"

입력 : 2023-12-15 오전 6:00:00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APEC 세션 I 초청국과의 비공식 대화 및 업무 오찬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경제관료로서는 '어나더 레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하지만, 중국과 관련해서는 우려되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는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 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면서 "중국의 대안 시장이 필요하고 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공개 발언을 했습니다.
 
'탈중국-수출 다변화' 판단을 한다면, 조용히 대비하면 될 일입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이자,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첫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라 국제적인 주목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공개 언론 브리핑을 한 것이었습니다.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로 해석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당시 나토 정상회의는 처음으로 중국을 '안보에 대한 도전자'로 규정한 상황이었습니다.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안보 최고기구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하는 막강한 위치입니다. 조태용 현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정보원장으로 이동하고, 그 자리를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이어받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보실장 유력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 "우리 제1의 적은 중국"
 
"우리가 3000년 동안 중국의 침공을 받으면서 명맥을 유지하고 살았다. 우리 제1의 적은 중국이다." (2023년 7월 12일 <문화일보> 인터뷰)
 
외교부 북미1과장, 북핵담당대사, 차관보, 이탈리아 대사 등을 지낸 직업외교관 출신인 이 이사장이 최근 2, 3년간 쓴 칼럼과 언론인터뷰를 보면, 미국 등 서방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 특히 중국에 대해  강한  적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세계의 선진 문명국들이 대거 중국의 반대편에 운집하는 시기…"(2021년 9월 25일 <조선일보>), "국내정치적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국제 자유민주 진영과 문명사회 일원으로 흔들리지 않는 가치외교를 시행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이 변해야 한다."(2023년 7월 12일 <문화일보> 인터뷰)는 대목들에서는 국제 정세를 '문명 대 야만'으로 나누는 듯 하는 인식까지 엿보입니다.
  
또 "그럼에도 불구,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이 정도에서 끝날 리는 없다. 중국이 다시는 패권 도전을 꿈도 못 꿀 정도로 몰락할 때까지 미국의 외교적, 군사적 포위망과 경제안보 봉쇄망은 계속될 것"(2023년 8월 23일 <조선일보>)이라고 전망합니다.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지난 달 미국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은 갈등과 협력을 함께한다는 타협을 이뤄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0월 말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 어페어스'에 "우리는 소련 붕괴와 같은 혁신적인 최종 상태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미국이 이득을 얻겠지만 중국도 이득을 얻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국, 상당 기간 우리의 제1교역국일 수밖에 없어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현 정부가 중국 편향적인 정책을 써왔지만 한국 국민들, 특히 청년들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한다"고 했습니다. 일부 국민들의 '혐중 정서'를 활용하려는 선거용 발언으로 해석되기도 했으나 집권 이후 행보는 그 정도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중국이 '핵심이익 중의 핵심'이라며 민감해하는 대만 문제까지 거침없이 헤집었습니다.
 
최근 중국 세관이 한국으로의 요소 수출 통관을 보류한 가운데 지난 5일 오후 서울 한 주유소에 요소수를 1통씩만 제한해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중국 당국은 자국 내 요소 수급 문제에서 비롯됐다며 한중 간의 원활한 공급망 협력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정부는 중국 의존적인 수입선을 다변화하겠다고 강조해왔습니다. 그 중 하나가 요소수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2년 전 요소수 대란 이후 중국산 수입비중은 70%까지 낮아졌다가 올 들어 다시 90%를 넘어섰습니다. 요소수 뿐만이 아닙니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우리의 주력 수출품의 핵심 원자재들은 중국이 채굴부터 공급까지 전체 과정을 장악하고 있는 품목이 허다합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했으나, 중국은 이를 거부한 상황입니다. 미국, 일본은 물론 브루나이, 피지와도 정상회담을 하면서 말입니다. 중국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우리의 제1교역국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현 정부의 반중 기조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절대적 영향력을 갖고 있음에도 북핵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는 인식에 기반합니다. 그러나 중국의 실제 영향력은 일반적인 인식과는 차이가 큽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에 집착하는 배경에는 중국으로터의 독자성을 확보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합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이달 초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는 작동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중국이 일시적으로 북한 행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는데, 중요한 것은 북한의 행동에 대해 중국의 영향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는 점"이라고 답했습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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