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채택됐습니다. 헌법재판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절차는 임명동의안 표결이 필요하지 않아 정 후보자는 조만간 임명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 후보자의 합류로 헌법재판소 재판관 구성은 ‘중도·보수’ 우위로 확실하게 재편됐습니다. 향후 헌재의 판결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입니다.
국회 법사위 청문보고서 채택…부적격 의견 병기
국회 법사위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정형식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습니다. 정 후보자에 여당은 ‘적격’, 야당은 ‘부적격’으로 평가했고 보고서에는 이를 병기해 담았습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몫으로 지명된 정 후보자의 전문성을 강조하며 적격 의견을 냈습니다. 또한 정 후보자 임명을 통해 헌법재판소 9인 체제를 완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정 후보자의 과거 판결과 2003년 해외 연수 당시 미성년 자녀를 동반해 관용여권을 받았던 점 등을 이유로 ‘부적격’ 의견을 냈습니다. 야당은 정 후보자가 차남에게 1억7000만원을 대여해주면서 세법상 적정 이자율(연 4.6%)에 한참 밑도는 연 0.6%의 이자를 받은 것도 지적했습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소병철 민주당 의원(법사위 야당 간사)은 “보고서 채택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의견이 상당수 있었다. 다만 국회가 원래의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한다면 여야 의견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부적격 의견을) 병기해서 채택하기로 당의 의견을 모았다”며 “보고서 채택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동의하는 것으로 오인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헌재 이념지형 변화…헌법소원·권한쟁의 영향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형식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합류하면서 헌법재판소의 이념 지형은 ‘중도·보수’ 우위 구도로 변화가 생겼습니다. 재판관 9명 중 절반 이상인 6명이 중도·보수 성향입니다. 진보 성향 재판관은 3명입니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된 헌법소원을 심리하며 매번 중요 사건의 결정을 맡아왔습니다. 위헌 결정을 위해서는 전체 재판관 9명 중 6명이 동의해야 하기에 과거에도 재판관 구성 비율이 사건 판결에 영향을 끼쳐왔습니다.
현재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사건 중 주요 사건으로는 ‘사형제’와 ‘유류분제’가 있습니다. 둘 다 공개 변론이 이뤄졌던 만큼, 이르면 내년 1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결론이 나올 전망입니다. 최근 민주당 주도하에 진행된 ‘검사 탄핵’도 재판관 6명의 찬성으로 인용 결정이 이뤄집니다.
여야 간 갈등으로 국회서 헌재로 넘어가는 ‘권한쟁의심판’은 9명 중 과반수(5명) 찬성으로 인용이 결정됩니다. 방송3법의 경우 5대 4로 기각됐습니다. 퇴임한 유남석 전 헌재소장과 김기영·이미선·문형배·정정미 재판관이 민주당의 손을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이 국민의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제 헌재의 무게 추가 중도·보수로 기울면서 앞으로 권한쟁의심판 등의 결론도 달라질 전망입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