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시민단체가 정형식(대전고등법원장)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단체는 정 후보자의 과거 친재벌적 성향 판결 경력을 문제 삼았으며, 그가 헌법재판관이 되면 비리 기업인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뇌물공여’ 이재용에 원심 깨고 집행유예
경제개혁연대·경실련·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 등 4개 시민단체는 27일 공동성명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정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라”고 밝혔습니다.
이들 단체는 2018년 정 후보자가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정경유착 사건 항소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일을 지적했습니다. 이 회장은 당시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 도피 등 혐의로 징역 5년의 실형이 됐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습니다.
단체는 “정 후보자는 공평하고 공정한 법의 잣대를 통해 정경유착 부패의 고리를 단호히 끊어내길 바랐던 국민의 염원을 깨버렸다”며 “법치주의와 사법정의를 확립해야 할 판사가 오히려 이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이 된다면 헌법소원심판 청구에서 친재벌적인 판단으로 비리 기업인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며 “헌법재판관 구성의 대통령 몫이라는 이유로 임명을 강행한다면 국민의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보수 성향’ 정형식, 헌재의 보수화 영향
헌재의 보수화도 우려됩니다. 정 후보자는 법조계에서 ‘합리적 보수’로 평가받습니다. 그가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 더불어민주당은 “자칫 윤석열 정권의 극우적 행보를 정당화하는 정권의 동반자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고 우려의 논평을 냈습니다.
정 후보자가 취임한다면 헌재는 6대 3으로 중도·보수가 우위에 서는 구도가 됩니다. 재판관 구성 비율은 헌재의 사건 판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칩니다. 권한쟁의 등의 헌법소송의 경우 재판관 과반수(5명)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밖에 위헌결정, 탄핵, 정당해산심판 등 헌법소원은 재판관 6명이 찬성해야 인용이 결정됩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 관련 권한쟁의심판, 안동완 부산지검 차장검사 탄핵소추안 등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보수 성향의 재판관이 늘어나는 게 반갑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일각에서 정 후보자 지명 배경을 두고 헌재소장 지명까지 감안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종석 헌재소장 후보자의 경우 임명이 되더라도 잔여임기가 1년이 채 안 됩니다. 이 후보자는 임기 연장은 없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 임기 중 임명된 헌법재판관은 김형두, 정정미 재판관이 있지만 이들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추천한 인사입니다. 때문에 이 후보자의 후임으로는 윤 대통령이 지명한 정 후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유남석 전 헌법재판소장 후임으로 정형식 대전고등법원장을 새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연합뉴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