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김건희 특검' 올인…'이태원특별법은 '외면'

이태원특별법 올해 내내 '헛바퀴'…민주, '김건희 특검'엔 강행 의지

입력 : 2023-12-26 오전 6:00:00
김진표 국회의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이태원참사 특별법 상정' 관련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 국회의장,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최수빈 기자] 일명 '이태원참사특별법'(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및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특별법) 연내 처리에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여야가 이태원 참사 발생 1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정쟁만을 하다가 벌어진 촌극입니다. 특히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을 향해 "'이태원참사특별법' 처리 의지가 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보다 후순위로 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여당도 줄곧 '정치 공세'만을 외치면서 유가족들의 고통만 기약 없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태원참사특별법 '연내 처리' 불투명 
 
25일 국회에 따르면 이태원참사특별법은 지난 6월30일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지난달 29일 본회의에 부의됐습니다. 최장 숙려기간인 180일을 채운 내년 1월28일에는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입니다.
 
민주당은 시기를 앞당겨 이태원참사특별법의 연내 처리를 위해 지난 21일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했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여야가 '진상조사' 기구 설치 문제에 타협점을 찾지 못하며 헛바퀴만 돌린 겁니다.
 
김 의장은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중재안을 제시했는데요. 조사위원회 구성을 전제로 특검 조항을 삭제하고, 정치 쟁점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법 시행 시기를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연기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민주당은 한발 물러나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구성한다면 특검 조항은 삭제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습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유가족들과 협의를 전제로 "특조위만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활동이 충분히 보장된다면 특검은 그 이후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홍 원내대표는 같은 날 김 의장과 비공개 면담을 통해 "이태원참사특별법 수정안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반면 여당은 특조위 구성이 '정쟁을 유발하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세월호 특조위 사례를 들며 "8년간 수백억 원의 세금을 들여 진상조사와 수사를 반복했지만, 소모적 정쟁만 계속해서 재생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의장이 '선 협상-후 처리' 기조를 천명함에 따라 이태원참사특별법의 연내 처리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태원 참사 발생부터 이태원특별법 본회의 상정까지. (그래픽=뉴스토마토)
 
김진표 중재안구체적 협상 없는 여야
 
더 큰 문제는 여야 모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김 의장 중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며 "관련 (여야) 협상도 따로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의 중재안도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초선 의원도 "28일 본회의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며 "본회의 직전에야 이야기가 오가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습니다. 여야가 '김건희 특검'에 몰두하는 모습과는 상반된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법안이 통과돼 특검이 출범하면 내년 총선의 정국 이슈를 '김건희 특검'이 모두 빨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홍 원내대표는 '김건희 특검' 처리 시기를 내년 총선 이후로 미루자는 여권 일각의 주장에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할 예정입니다. 야당 입장에서는 김건희 특검을 통해 지지층 결집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배우자를 직접 겨냥한 만큼 여당은 총선 최대 악재를 막기 위해 총력을 펼칠 예정입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김건희 특검을 '총선용 선전·선동'이라고 평가 절하하고 있습니다.
 
눈이 내린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과 종교인들이 이태원참사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몸 내던진 유가족…한파 속 오체투지
 
여야가 허송세월하는 사이 유가족들은 한파에 몸을 내던지며 특별법의 본회의 통과를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눈이 쌓인 국회 주변을 돌며 오체투지를 이어갔습니다. 오체투지는 두 무릎과 두 팔꿈치, 이마 등 신체 5곳에 땅을 대며 온몸으로 절을 하는 행위입니다.
 
국회 농성장에서 국회 담장을 따라 약 3㎞의 오체투지를 진행했는데, 영하의 날씨에 살을 깎고 뼈가 녹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음에도 국회가 유가족들의 호소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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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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