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동진 기자] 유가족들이 이태원 참사 200일을 맞아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159배를 올렸습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 애도하며 159배 올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200시간의 집중추모행동을 마무리하며 16일 오후 5시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159배를 진행했습니다. 159배는 159명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한 명 한 명을 애도하는 마음을 담아 올리는 것으로, 시민추모문화제 마지막 날인 20일까지 매일 진행됩니다. 이날은 지난 1일 분신한 건설노동자 고 양희동 씨의 희생을 추모하며, 다시는 이런 희생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159배에 1배를 더해 160배를 진행했습니다.
유가족들 “생명과 안전, 존엄 등 국가로부터 보장받을 권리 침해당해”
이날 오후 5시 30분경 시작된 159배에는 "159명의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시작하겠습니다",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절합니다", "진상 규명을 다짐하며 절합니다", "책임자 처벌을 다짐하며 절합니다" 등 1배를 할 때마다 한 마디를 덧붙이며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염원을 담았습니다. 일부 시민들도 유가족들과 함께 희생자들의 영정에 절을 올렸습니다.
159배 올리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들 (사진 = 정동진 기자)
유가족들은 지난 200일을 돌아보며, 반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생명과 안전, 존엄, 애도와 연대 등 국가로부터 보장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한 재난참사가 닥쳤을 때 누가 어떤 피해와 고통에 처하게 됐는지, 어떻게 책임을 묻고 제도와 가치를 새롭게 할 것인지를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최근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발의된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의 여야 합의를 요청하며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일주일간 노숙 농성을 진행했으나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면담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기자회견에서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가족의 피맺힌 간절함을 부디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으나,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야당이) 재난의 정쟁화 우려가 있는 핼러윈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발의하려고 한다”며 해당 법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유가족 어머니 “국가라는 것이 없다고 느낄 정도로 참담한 기분”
이태원 참사 희생자 노류영씨의 어머니 정미진씨는 200일 동안 국가가 보여준 모습이 너무나 치졸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정 씨는 “정부나 서울시나 문제 해결을 위한 아무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 (책임자들은) 뒤로 빠져 공문을 통해 이것저것 하지 말라고만 하고 있다”며 “답답하고 서럽고 국가라는 게 없다고 느낄 정도로 참담하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또한 유가족들은 비가 와 분향소 천막에 물이 새자 장마철을 대비해 이를 보수하려 했지만 서울시가 허가를 해주지 않고 있고, 밤새 분향소를 지키는 동안 사용했던 경찰들의 간이 화장실도 최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정부와 서울시가 “‘한번 해봐라. 누가 이기는지 보자’라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어 “우리는 끝까지 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결의를 다졌습니다.
이날 159배가 끝난 이후에는 자리를 옮겨 분향소 옆 세종대로에 설치된 무대에서 오후 6시 4대 종교 추모기도회, 오후 7시 추모 촛불문화제가 연이어 진행됩니다. 이어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광주 5.18 추념식에 참석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알리고, 20일 시민추모대회까지 전국 각지에서 이태원 참사 추모 행동을 펼칠 예정입니다.
159배 올리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들 (사진 = 정동진 기자)
정동진 기자 com2d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