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국내 출생아수가 연일 최저치를 갈아치우면서 저출산 재앙이 새해벽두부터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이라면 올해 국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0.6명대'까지 추락할 전망입니다.
출산율 하락 요인을 보면 지난 2020년 전후 집값 급등의 주거비와 사교육비 부담이 강하게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3일 통계청 데이터를 파악한 결과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출생아 수는 총 19만6041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통상 연말보다 연초에 출생아 수가 많은 점을 감안할 경우 오는 2월말 발표되는 연간 출생아 수는 20만명을 가까스로 넘어설 전망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을 기록한 뒤 올해 0.68명으로 사상 첫 0.6명대에 진입합니다. 내년에는 0.65명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게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상 시나리오입니다.
이마저도 중립적 시나리오(중위 추계)로 비관적(저위 추계) 시나리오의 경우 올해 0.63명 추락을 앞두고 있는 셈입니다.
서울시교육청 집계를 보면 올해 서울 지역의 초등학교 취학 대상자는 지난해보다 10.3% 감소한 5만 9492명으로 사상 첫 5만명대 하락을 맞고 있습니다. 해마다 출생아 수가 줄면서 초등학교 취학 대상자가 크게 줄어든 영향입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출생아수와 합계출산율은 해마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는 연도별 출생아수 및 합계출산율 추이.(표=뉴스토마토)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수준입니다.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국가는 한국(0.81명)이 유일합니다. 이는 OECD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1.58명)의 절반 수준입니다. 반면 가장 많은 자녀를 출산하는 국가는 이스라엘로 합계출산율이 3.0명입니다.
국토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첫째 애를 낳는데 전셋값 등 주거비 부담이 미치는 영향이 가장 컸습니다. 둘째부터는 사교육비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게 연구결과입니다.
첫째 자녀의 출산율 기여도를 보면 매매가격과 전셋값 기여도 합산인 주택가격이 30.4%, 사교육비는 5.5%로 나타났습니다. 둘째 자녀는 각각 28.7%, 9.1%로 집계됐습니다.
셋째는 27.5%, 14.3%입니다. 모든 자녀 출산에 대해 집값 영향이 높게 유지된 가운데 첫째·둘째는 초등학교 사교육비, 셋째 자녀 이상은 중고등 사교육비가 출산율 하락 요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더욱이 시간이 지나면서 집값 상승에 따른 출산율 하락 영향력은 점점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값 상승 때 첫째·둘째 자녀 출산율은 1990년대 기준으로 약 10개월의 시차를 두고 감소했습니다.
이후 점차 반응 시차가 빨라지면서 반응의 크기가 증가하는 특징을 보였습니다. 특히 2020년 전후 주택가격 상승 시기에는 첫째와 둘째 자녀 출산율에 매우 즉각적이고 강한 하락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표는 회원국 합계출산율.(표=뉴스토마토)
문제는 국가 성장 잠재력의 잠식 등 국가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출산에 고령화 문제까지 겹쳐 향후 추세성장률이 0% 이하로 급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는 2050년 추세성장률이 0% 이하로 낮아질 가능성은 50.4%입니다. 이후 2059년 79%까지 높아지고 2060년 이후에는 80%가 넘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풀기 위해 지난 16년간 280조원의 돈을 사용하고도 비판받는 대목 중 하나입니다.
박진백 국토연 부연구위원은 "첫째 출산을 위해 무주택 예비 유자녀 가구에 대해 추가 청약가점 부여, 생애주기를 고려한 주택취득세 면제제도 도입, 특별공급물량 확대 등을 통해 주택공급을 확대하되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주택 등 자금력이 부족한 신혼부부의 주거안정과 자산형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으로 0.6명대에 추할 전망이다. 사진은 신생아실.(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