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최우선 꼽았지만…더딘 '물가안정'

상반기 중 2%대 물가 '조기 진입' 어려울 듯
미·영 예멘 반군 공급…커지는 중동 리스크
홍해발 국제유가 불안…금리 8차례 제자리
"물가 복병 계속…추이 예단 어려워"

입력 : 2024-01-14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정부가 상반기 물가 2% 조기 안착을 공언했지만, 미국 인플레이션·홍해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더딘 물가 회복세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14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경제부처들은 미국·영국의 예멘 반군 후티 근거지공습, 이란의 미국 유조선 나포 등 홍해 지역을 비롯한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이번주 비상대책 회의를 가동하는 등 모니터링 대응을 높이고 있습니다.
 
중동지역 불확실성 심화에 따라 향후 사태 추이를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수급 불안의 부정적 영향이 우리나라에도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유관부처·기관은 비상 체계를 가동 중입니다.
 
특히 소비자물가를 자극하는 국제유가의 상방 압력은 고민거리입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가 본격 대응을 시작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주변국까지 개입하는 '중동 전쟁 확대'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홍해에서 선박들을 위협해 온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의 근거지를 지난 12일 폭격하면서 가자 전쟁 확전은 우려할 부분입니다.
 
예멘 공격이 미군 함정과 예멘 반군 후티 간 보복전으로 수위가 높아지고 이란 분쟁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기 때문입니다. 핵심 교역로인 홍해의 불안이 고조되면서 에너지 도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뉴욕상품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지난 11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전거래일보다 2.07% 오른 배럴당 72.85달러, 브렌트유 선물도 2.15% 급등한 배럴당 78.44달러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 장보는 시민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물가·경제성장·가계부채 등이 상충적 요소들의 복합 위기의 딜레마로 고물가를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도 8차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중 갈등, 타이완 해협 문제, 홍해 사태 등 물가를 위협하는 공급망 충격은 계속된다고 봐야 한다"며 "미국도 인플레가 잘 잡히지 않고 있어 고금리 정책을 계속 쓰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대외적 불확실성이 클뿐더러, 그동안 올리지 못한 국내 공공요금 문제도 있기 때문에 고금리 시대가 일찍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올해는 이미 고물가인 상태에서 더 이상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부연했습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리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물가 수준은 한국에도 큰 결국 영향을 미친다"며 "산업 구조 등 측면을 따져야 하겠지만 기본적인 추세는 같기 때문에 미국 물가가 오르면 한국 물가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이 현재 물가를 잡기에는 상당히 어렵겠다. 물가는 인위적인 방식으로 통제하기 힘들기 때문에 올해 총선이 있는 4월까지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선거 이후부터는 전기·가스 요금 등이 상향 조정될 수밖에 없는 요인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최상엽 연세대 경제학부 부교수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 있었다. 그러나 물가는 여전히 연준이 세운 목표보다는 높다"며 "물가 하락 속도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빠르지 않고 임금 회수 비용 등이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연준이 빠른 금리인하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위험한 생각"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중동 사태의 추이를 예단하기 어렵다. 에너지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비상 대응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정부는 3%대 고물가와 관련해 상반기 중 2%대 물가에 조기 진입하도록 '범부처 총력'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다. 사진은 인천항 화물선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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