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지난달 17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 김준호는 예비 장모님을 위해 임영웅 콘서트 티케팅에 참전했습니다. 임영웅 공연은 '콘서트 역사상 최고난도 티케팅'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김준호는 지인 3명을 동원해 총 4명이 티케팅 오픈 전 컴퓨터 앞에 대기한 뒤 실시간 클릭을 통해 '피케팅'(피가 튀는 전쟁 같은 티케팅)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티케팅'이 피케팅이라 불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표 구매가 '선착순'으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직접 클릭하는 것보다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를 이용하면 표를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어 암표 거래가 횡행할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때문에 근본적인 티켓 구매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옵니다. 사후 처벌의 경우 적발이 어려운 점도 있기 때문인데요. 선착순 시스템의 대안으로는 '추첨제'가 거론됩니다. 고윤기 로펌 고우 변호사는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추첨을 통해 티켓을 판매한다"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선착순이 공정한 문화로 여겨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추첨제는 일정 기간 동안 구매자가 응모를 한 이후 추첨을 통해 티켓을 배정하는 방식인데요. 일본의 경우 2~3일 전까지 편의점에서 티케팅을 한 뒤 당첨되면 기한 내에 입금합니다. 좌석도 랜덤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공연 당일날에서야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고 변호사는 "애초에 1인당 표를 살 수 있는 수량에 제한이 있고 비싼 좌석도 함부로 지정할 없는 시스템"이라며 "실수요자가 아닌 사람이 프로그램을 돌려 좌석을 선점해 가는 매크로의 개입을 통한 티켓 사재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티켓 회사들을 자문해 보면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매크로 방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회적으로 보면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 거래 때문에 엄청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티켓 실명제도 대안으로 제시됩니다. 미국, 일본의 경우 티켓에 구매자 이름이 적혀 있는데요. 티켓을 직접 구매한 사람만 공연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공연장마다 다르지만 외국인의 경우 여권까지 제시해 본인 인증을 거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처벌 강화를 포함한 제도 개선도 필요합니다. 사후 처벌이 강력한 국가로는 대만이 꼽히는데요. 지난해 3월 열린 블랙핑크 콘서트에서 17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암표가 나오자 입법원이 암표를 팔다 걸리면 정가의 최대 50배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회장은 "외국에서는 인기 많은 공연의 경우 아예 취소나 양도 자체를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법적 규정들이 있다"며 "우리나라도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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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