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러 돌파구는 '인도'…역대 최다 판매

지난해 내수 판매 60만대 돌파…법인 설립 27년 만 처음
쌍트로·크레타 등 현지화 전략 호평
GM 인도 현지 공장 인수, 총 생산능력 100만대
인니·태국 등 동남아 친환경차 시장도 적극 공략

입력 : 2024-01-16 오후 2:42:34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가 차세대 주력 시장인 인도에서 내수 판매량 60만대를 돌파했습니다. 1996년 인도 시장 진출 이후 처음인데요. 현대차는 시장이 쪼그라든 중국·러시아 대신 인도 및 동남아시아 로 글로벌 판매 축을 옮기고 발 빠른 생산 확대로 신흥시장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쥔다는 전략입니다.
 
16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 인도법인의 내수 판매량은 60만2111대로 전년(55만2511대) 대비 9% 증가했습니다. 이는 연간 최다 판매량으로 1996년 인도 법인 설립 이후 27년 만입니다.
 
현대차 최근 10년 인도 내수 판매량.(그래픽=뉴스토마토)
 
현대차가 인도 시장에서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에는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현대차는 1998년 인도 첸나이 공장에서 현지 전략 모델 '쌍트로'를 생산하면서 본격적인 공략을 시작했는데요.
 
쌍트로는 국내 출시됐던 경차 아토스의 개조 모델로 인도에서 약 150만대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며 현대차의 인도 시장 안착에 첨병 역할을 했습니다. 현대차는 터번을 쓴 운전자가 많다는 인도 시장 특성을 고려해 쌍트로의 전고를 높이는 등 현지 맞춤형 전략을 내놓기도 했죠.
 
이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 등 다양한 현지 전략 차종을 앞세워 2014년부터는 매년 40만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 지난해 9월 인도 누적 판매 800만대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크레타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인도 개발자들이 직접 참여해 현지 소비자의 기호를 최대한 반영했습니다.
 
신형 크레타.(사진=현대차)
 
지난해 5월 소형 세단 베르나, 7월 소형 SUV 엑스터 등 신차 2종을 출시했고 올해는 이날 크레타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이는 등 시장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엑스터는 예약 판매량만 10만대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현대차는 1996년 5월 인도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일찍부터 공을 들여왔습니다. 그만큼 인도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인도는 현대차의 차세대 전략 시장이자 미국, 한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입니다. 특히 중국 시장이 계속 쪼그라들고 러시아에서 철수한 만큼 현대차 입장에서는 인도 시장 개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입니다. 
 
1998년 9월부터 인도 타밀나두주 첸나이시 1공장에서 전략모델인 쌍트로 양산을 시작한 현대차는 꾸준히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 중인데요.
 
2008년 2공장을 추가로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 상반기에는 생산라인 개선을 통해 첸나이 공장의 생산능력을 연 75만대에서 82만대로 확대했습니다. 8월에는 연 13만대 수준의 GM 탈레가온 공장을 인수했습니다. 현대차는 1조원을 투자해 내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으로 현지 총 생산능력은 연 100만대 수준에 달할 전망입니다.
 
앞으로 인도 자동차 시장은 SUV와 전기차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2030년 500만대 산업수요 중 SUV가 48%의 비중을 차지하고 전기차는 100만대에 이를 것으로 현대차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에서 현대차·기아 및 경쟁사 전기차들을 둘러보고 있는 정의선 회장.(사진=현대차)
 
이에 2032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하고 현대차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활용해 2027년에는 전기차 충전소를 439개까지 확대할 방침입니다. 우선 현대차는 지난해 아이오닉 5를 출시한데 이어 올해 말에는 크레타 전동화 모델도 투입할 예정입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SUV 리더십 강화, 전기차 라인업 확대 등으로 양적인 측면에서 성장하고 고객 중심의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 인도에서 가장 신뢰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차는 인도 외에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브카시에 아세안 지역 첫 완성차 생산공장을 구축, 2022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는데요. 현대차는 전기차로 일본차를 뛰어넘겠다는 전략입니다.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은 일본 텃밭이지만 전기차에 있어서만큼은 현대차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이오닉5는 인도네시아 전기차 판매 모델 1위입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고 이를 바탕으로 아세안 전기차 시장으로 공략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미 2022년 3월부터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아이오닉5 양산을 시작했고 올해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배터리셀 공장이 가동에 들어갑니다. 여기서 제조한 배터리팩을 아이오닉5에 탑재할 계획입니다.
 
또 현대차는 지난해 4월 태국에 '현대 모빌리티 타일랜드'라는 이름으로 현지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아세안에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이어 세 번째 단독 법인입니다. 현대차는 태국 정부와 전기차 시장 진출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아세안 전기차 생산공장의 11곳이 태국에 있을 정도로 생산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습니다.
 
김호건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아세안 친환경차 시장은 인도네시아와 태국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아세안의 전기차 시장은 초기 단계로 한국 업체가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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