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빈부격차'…중소기업은 '그림의 떡'

부모 모두 육아휴직 때 1년6개월 '조건부 연장'
"남성 육아휴직 어려운 현실 반영 못 했다"
휴직 남성 10명 중 7명가량이 '대기업 아빠'
"육아휴직, 기울어진 운동장…정비부터 해야"

입력 : 2024-01-16 오후 5:04:52
 
[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부부 모두 육아휴직을 할 경우 1년6개월 더 휴직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맞벌이 부부 대책이 공염불에 가깝다는 핀잔이 나옵니다. 중소기업 재직 남성의 경우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대기업 아빠나 공무원 아빠’들만 가능한 제도로 오히려 불합리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또 육아휴직급여를 늘리면서 '하한액' 조정 없이 '상한액'만 확대한 정책도 소득별 육아휴직 부부의 빈부격차만 부추긴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16일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2024년 정부 일자리사업 추진방향'을 보면, 저출산·고령화 등 노동시장 구조 변화에 대응할 육아휴직 확대 정책은 맞벌이 부부의 육아휴직 기간을 한 명당 1년6개월로 늘리는 안입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모가 모두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라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맞벌이 부부 지원책이 오히려 육아휴직의 불합리성만 더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중소기업에 재직하는 남성 중 절대 다수는 인력 부족, 회사 분위기 등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경기도 한 종합병원 총무직원은 "그나마 지역에서 규모가 좀 있다는 병원에 다니는 사람들도 남성의 육아휴직은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다"며 "개원 이래 남성의 육아휴직을 처리해 본 적은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중기 직장인은 "대기업 아빠나 공무원 부부들만 가능한 제도 아니냐"며 "탁상행정으로 밖에 안보인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성토했습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간한 '2022년 육아휴직통계'를 보면, 연간 남성 육아휴직 신청자는 5만명을 간신히 넘겼습니다. 이마저도 64.7%의 육아휴직 남성이 300인 이상 규모 기업에 재직 중인 '대기업 아빠'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6일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2024년 정부 일자리사업 추진방향'을 보면, 정부는 맞벌이 부부의 육아휴직 기간을 1년 6개월로 늘리기로 했다. 사진은 유모차 모는 부모 모습. (사진=뉴시스)
 
'6+6 부모육아휴직제'에 대한 지적도 잇따릅니다. 
 
정부는 자녀 생후 18개월 내 부모가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 첫 6개월에 대한 급여를 통상입금 100%로 상향,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150만원인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도 매월 50만원씩 늘립니다. 1개월 상한액의 경우 200만원, 2개월 250만원, 3개월은 300만원과 같은 방식으로 6개월이 되면 450만원까지 상한액이 오르는 식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한액 조정이 오히려 육아휴직 빈부격차를 부추긴다는 지적입니다. 하한액은 별도의 조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육아휴직 제도는 현실과 조금 괴리가 있다. 편하게 쓰는 업종이나 기업 규모가 있는 반면, 그러지 못한 경우도 여전히 있다"며 "제도 혜택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실제로 제도가 잘 운영이 되고 난 뒤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육아휴직이 실제로 사용되는 폭을 우선 늘려 이익을 보는 집단과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보는 집단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먼저다"며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비하는 작업 없이 무언가를 만들면 건물은 점점 기울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6일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2024년 정부 일자리사업 추진방향'을 보면, 정부는 맞벌이 부부의 육아휴직 기간을 1년 6개월로 늘리기로 했다. 사진은 어린이집 등원하는 아이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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