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연초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집행이 재개되면서 회사채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 자금조달 창구에는 냉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건설업계 전반의 경기 전망이 악화한 상황에서 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이 기업 구조개선 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까닭입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회사채 시장에서는
현대제철(004020),
SK(034730)브로드밴드,
CJ제일제당(097950) 등이 수요예측을 진행해 조 단위 자금을 끌어 모았습니다. 기관 투자 수요가 높아지고 회사채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이른바 ‘연초효과’를 노리고 자금 조달에 나선 것입니다. 회사채가 흥행하면서 네이버, E1, HD현대중공업 등도 줄줄이 채권 시장을 찾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사진=백아란기자)
반면 건설사 회사채는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고금리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주택 경기가 부진하면서 지난해부터 건설채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다 신용도 역시 ‘부정적’으로 평가되면서 자금조달 창구도 쪼그라 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해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에 나섰던
한신공영(004960), HL D&I,
신세계건설(034300), KCC건설, 한양 등에서 미매각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조달 여건이 악화하다보니 KCC건설의 경우 최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사옥을 담보로 자금을 모으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본사 사옥을 신탁부동산으로 삼아 대한토지신탁과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른 수익권을 담보로 '담보부사채신탁법'에 따라 담보부 사채를 발행한 것입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와
KCC건설(021320) 간 체결된 지급보증서에 따르면, 만기일까지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 또는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는 경우 보증사채권자는 공사에 보증 채무를 청구하게 됩니다. 김창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KCC건설에 대해 “PF우발채무 부담이 크지 않은 수준”이라면서도 “향후 공사비 선투입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유동성 대응능력이 이전 대비 약화됐고, 회복까지 시일이 걸릴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문제는 유동성 문제가 비단 KCC건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탁원 건설업종 기준 올해 상반기 만기도래하는 건설채는 SK에코플랜트(4480억원), HL D&I(2270억원),
현대건설(000720)(2200억원),
DL이앤씨(375500)(2000억원), 롯데건설(1850억원) 등 2조4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건설업 특성상 PF(Project Finance)와 같은 자금조달이 끊임없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자금줄이 막힐 경우 자칫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섭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과정과 정상화 방안에 대한 여러 논의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결국 기댈 자산이 부족한 건설사는 이번 파고를 넘기 힘들 것”이라며 “영업현금흐름이 둔화되고, 외부 자금 조달 시장이 경색되면 순식간에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