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CEO탐구)실적 정체 GC녹십자, 최종 시험대 오른 허은철

'한 지붕 두 가족' 지배구조, 승계경쟁 뚫고 허은철 대표 체제 안정화
실적하락 오점…'알리글로' FDA 승인, '희귀의약품 개발' 성과로 만회

입력 : 2024-01-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녹십자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고 허영섭 선대 회장 일가와 허일섭 회장 일가 사이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지며 후계 구도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녹십자그룹은 대표적인 한 지붕 두 가족 경영체제로 고 허영섭 회장 차남인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과 삼남인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그리고 이들의 숙부인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회장이 지배구조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데요. 
 
녹십자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GC녹십자는 허은철 사장이 2015년 취임한 이후 꾸준한 성장세로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인데요. 허은철 사장은 지난 2022년 재선임 된 이후 2년의 임기를 마치고, 오는 3월 다시 연임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 말 허은철 사장은 0.25%의 GC녹십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지분율만 보면 지배력이 강하다고 볼 수 없지만, 허일섭 회장이 0.57%의 GC녹십자 지분을 가지고 있을 뿐 그 외 오너 일가 구성원이 보유한 지분은 없습니다. 다만 GC녹십자 지분 50.06%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녹십자홀딩스의 지배구조가 그룹의 지배력을 좌지우지하는데요.
  
녹십자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12.20%의 지분을 소유한 허일섭 회장이고, 그의 자녀들의 지분이 총 1.76%입니다. 반면 고 허영섭 회장의 자녀들의 지분은 5.87%에 불과한데요. 고 허영섭 회장의 장남인 허성수 전 GC녹십자 부사장이 0.36%, 차남인 허은철 사장은 2.60%, 허용준 사장 2.91%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녹십자그룹의 지배구조를 견제하고 있죠.
 
허은철 GC녹십자 대표 (사진=GC녹십자 제공)
허은철 사장 취임 이후 꾸준한 성장으로 입지 다져
 
허은철 사장은 단독 대표로 취임한 이후 오너 2세 경영인으로 회사를 이끌면서 꾸준한 실적 성장과 함께 철옹성 입지 다졌지만, 지난해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지난해는 경쟁사인 5대 제약사들 대부분이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GC녹십자는 오히려 뒷걸음질했는데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8.7% 급감하며 1년 새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습니다.
 
GC녹십자의 실적 악화 주요 원인으로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헌터라제 수출 감소와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IVIG-SN) 알리글로의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 지연이 꼽혔지만, 지난해 말 FDA 승인을 받으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 요소를 해소했는데요.
 
FDA 품목허가를 획득한 알리글로는 천성 면역결핍증으로도 불리는 일차 면역결핍증에 사용하는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로, 올 하반기 GC녹십자의 미국 자회사인 GC바이오파마 USA를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계획대로 알리글로가 상용화가 된다면 올해 실적에도 반영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알리글로는 국내 혈액제제가 미국 시장 진입에 성공한 첫 사례라는 상징적인 의미 이상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혈액제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와 설비 투자, 고도화된 생산 경험이 필수적인 만큼 전 세계적으로 생산자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이로 인해 공급 부족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대표적인 품목으로 앞으로의 수익성이 매우 높죠.
 
국내 혈액제제 시장에서 선두주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GC녹십자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에서 더 이상의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해외 시장 판로 확대가 필요한 국면인데요. 고마진이 기대되는 대표 품목인 알리글로가 하반기 미국 시장에서 순조롭게 출시돼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게 된다면 실적 기여도가 상당히 높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혈액제제는 GC녹십자의 연 매출 비중이 30%를 넘으며 꾸준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품목이기 때문이죠.
 
일시적 실적 악화, 리더십 흠결 사유 아냐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종합해보면 실적 악화는 일시적인 요인으로 인한 것으로, 허은철 사장의 연임이나 리더십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흠결 사유는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올해는 희귀질환 신약 개발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며 분위기 반전에 나선 만큼 신약 연구개발 성과를 중심으로 허은철 사장이 새로운 경영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GC녹십자는 희귀의약품 개발에 성공하면 후발주자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고, 국가별 희귀의약품 개발에 대한 지원책이 다양해 빠른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시장의 특수성을 활용해 집중 공략하고 있죠.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지난해 말 알리글로의 FDA 승인에 이어 노벨파마와 공동개발 중인 산필리포증후군 A형 치료제(MPS III A)가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ODD)을 받았습니다. 유럽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품목허가 신청 수수료 및 세금 감면 혜택과 시판 허가 승인 시 10년간 독점권 부여 등의 혜택이 부여되는데요.
 
또한 품목허가 신청 시 특례에 따라 향후 다른 의약품의 신약 허가 심사기간을 6개월로 단축할 수 있는 우선심사바우처(PRV)를 신청할 수 있는데 최근 사례에 따르면 이 바우처는 약 1억200만 달러(한화 약 1259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GC녹십자 본사 전경(사진=GC녹십자 제공)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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