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인공지능(AI) 시대에 승기를 잡기 위해 고객 맞춤형 전략을 구사하고 나섰습니다. 기존 범용 제품이 아닌 개별 산업에 특화한 AI용 첨단 제품을 앞세워 다변화하는 고객 요구에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입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메모리사업부에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메모리 상품기획실을 신설했습니다. 상품기획실은 제품 기획부터 사업화 단계까지 전 영역을 담당하며, 고객 기술 대응 부서들을 하나로 통합해 만든 조직입니다. 그동안 분산돼 있던 센싱, 동향 분석, 상품 기획, 표준화, 사업화, 기술 지원 등 모든 기능이 상품기획실로 통합됐습니다.
메모리 상품기획실은 기술 동향 분석을 통한 '초격차'를 지향하는 경쟁력 있는 제품 기획과 급변하는 대내외 변화를 고려한 제품 개발 관리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특히 AI 열풍에 따라 갈수록 개별화하는 고객 요구에 적극 대응해 메모리 시장에서의 기술 리더십을 확고히 한다는 구상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선행 기술 마련 등 새로운 도약을 위한 미래 준비에도 속도를 낼 방침입니다.
상품기획실장은 배용철 삼성전자 부사장이 맡았습니다. 배 부사장은 최근 사내 기고문에서 고객사 맞춤형 전략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는 "AI 플랫폼 성장으로 고객 맞춤형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며 "주요 데이터센터와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선두 업체와 긴밀한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맞춤형 HBM D램은 향후 메모리 반도체 기술 한계 극복을 위한 돌파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SK하이닉스도 고객사에 특화한 AI 메모리 솔루션 제공에 나설 방침입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CES 2024'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AI의 원동력 메모리 반도체'를 주제로 미디어 컨퍼런스를 진행하며, 맞춤형 메모리 플랫폼 개발 전략을 밝혔습니다. 곽 사장은 "AI 시스템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메모리에 대한 고객의 요구사항이 다변화되고 있다"며 "각 고객에게 특화된 AI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고객 맞춤형 메모리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업계는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앞으로 메모리 시장은 기존 범용 제품에서 벗어나 각 산업에 특화하고, 제품 종류도 다양한 맞춤형 시장으로 변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 열풍이 일면서 용량과 성능, 특화 기능 등 첨단 AI 메모리에 대한 고객 요구 사항이 다양해지는 추세"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들 AI 메모리 맞춤형 수요를 확보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