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제도화 시동…찬·반 갈등은 '난항'

정부,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본격적 제도화
'안전성' 우려 여전…소아과 '부정 여론' 우세
'의약품 배송' 놓고 업계 간 찬·반 갈등 지속
선별등재→포괄등재 전환, 표준진료지침 필요

입력 : 2024-01-30 오후 4:04:48
 
[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정부가 시범사업 단계인 비대면 진료를 본격적으로 제도화한다는 입장이나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합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어린아이들을 부모의 말만 듣고 진료할 수는 없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비대면 진료에 따른 의료사고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은데다, '의약품 배송' 문제를 둘러싼 약업계·산업계 간의 갈등도 풀어야 할 과제로 제도화에 적잖은 난항이 예상됩니다.
 
정부는 30일 '7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통해 '디지털 의료서비스 혁신안'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혁신안은 '비대면진료 활성화'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가동한 정부는 휴일·야간이나 응급의료취약지에 거주하는 환자에 대해 대면진료 경험 없이도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범 허용한 바 있습니다.
 
이번 혁신안은 비대면진료 관련 규제 완화 등 의료법 개정을 통한 제도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가 시험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가고 있지만 원격 약품 배송은 제한되는 등 불편과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많은 국민들이 비대면 진료에 관해 법 제도가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계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비대면진료에 대한 의료계의 부정적 시각은 여전합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과반 이상은 비대면 진료가 부적절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공개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를 보면, 응답자의 69.1%가 "소아는 대면진료 대상에 부적절하다"고 답했습니다. '재진 중심 비대면 진료에 대한 별도 수가 책정 시 비대면진료에 참여하겠냐'는 질문에도 '긍정' 답변 비율은 42.8%로 절반을 채 넘기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30일 7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비대면진료를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소아청소년과 모습. (사진=뉴시스)
 
비대면진료에 반대하는 의료진 중 71.4%는 '안전성'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재진 중심의 비대면 진료에 대한 법적 책임 조건을 마련할 경우 비대면진료에 참여하겠냐'는 질문에도 47.5%로 절반에 달하는 의료진이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마상혁 경남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은 "말도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배도 안 만져보고 진료를 할 수는 없다"며 "부모들의 말만 듣고 진료를 보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설명했습니다.
 
비대면진료의 '의약품 배송' 문제에 대한 약업계와 산업계 간 입장차이도 여전합니다. 약사단체는 비대면처방 및 의약품 배송을 반대하고, 산업계는 약 배송 불허가 비대면진료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약 배송은 의약품 오남용 가능성이 있어 아직 허용을 안 하고 있다"며 "우선 보완방안이 제대로 자리 잡고 난 뒤 추가로 필요한 부분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표준진료지침 마련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이날 공개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각계 의견, 문제점 및 개선 방향' 보고서를 보면 현재 '선별등재방식' 비대면진료에서 '포괄등재제도'의 전환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김은정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기준에 적절한지 판단된 경우만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방식을 중증질환이나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야 하는 질환, 심각한 외상 등으로 비대면진료가 불가한 상황을 제외하고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이에 맞는 표준진료지침을 확립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조언했습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갑자기 숨이 차거나 발열이 날 경우에는 비대면진료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섬·벽지의 거주자가 큰 증상이 없고 처방 약이 필요한 경우 비대면진료를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겠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30일 대통령 주재로 7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비대면진료를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비대면진료하는 의사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