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회사채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우량채에 대한 고금리 막차 기회가 인식되는 반면 부동산PF 부실 사태로 적자기업에 대한 금융권 대출태도는 더 엄격해졌기 때문입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태영 사태로 인한 금융경색 우려와 달리 연초 SK인천석유화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D현대케미칼 등 회사채 흥행 바람이 붑니다. 두산퓨얼셀, LG이노텍 등 분위기를 타고 후발주자들도 줄을 섰습니다.
미국발 금리가 내릴 가능성 때문에 고금리에 투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인식되는 게 투심을 자극한 듯 보입니다. 하지만 부실 적자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엄격한 대출태도도 이어집니다.
앞서 회사채 흥행 속에도 당기순손실이 길어진 CJ ENM의 경우 수요예측서 미매각이 발생했습니다. 적자기업은 경상비용을 마련하기도 힘든데 시설투자까지 겹친 경우 대량의 차입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부실 재무구조가 금융권 조달을 더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도 벌어집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증권사 컨센서스(평균 전망치)상 지난 4분기도 영업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작년 3분기에 반짝 흑자를 봤지만 반등곡선이 길지 않습니다.
또다시 적자를 감당하기엔 재무체력이 버겁습니다. 작년 3분기 누적 롯데케미칼의 영업 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대비 흑자로 돌아섰지만 투자비에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영업현금이 5209억여원인데 시설투자비 5949억여원을 충당하기도 부족합니다. 게다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전 일진머티리얼) 등 종속기업 투자금으로 2조8372억여원을 지출했습니다. 자연히 차입금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3분기 누적 차입금은 4조2844억여원으로 전년 2조7433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차입금을 늘려도 인도네시아 NCC, 롯데GS화학 설비투자 등 신증설 부담이 지속되며 보유 현금자산도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롯데케미칼도 연초 회사채를 발행하려 했으나, 태영 사태로 롯데건설과 연결된 우려까지 번지며 보류한 상태입니다. 금융조달이 막히면 자산을 팔게 됩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파키스탄 법인 지분을 팔아 차입금 일부를 메꾸려 했지만 현지 사정으로 주식매매계약이 해지됐습니다. 2022년에 준공을 마친 폐PET 재활용 시설은 경제 불확실성으로 지난 연말 시설 투자 기간이 연장되는 등 업황에 따른 부침이 있습니다.
이런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이 발행하는 회사채의 지급보증에도 나서 그룹 위기로 번질 우려도 생깁니다. 작년말 롯데건설 PF 우발채무는 5조4000억여원으로, 이 중 올 1분기 약 4조원의 만기가 도래합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