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이례적으로 중앙통합방위회의 등의 일정을 '사전에 공개'한 것은 올해 들어 북한 무력도발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가 높아진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북한은 최근 일주일 사이 3차례나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SLCM)을 발사하며 '핵추진잠수함' 개발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데요. 북한이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면 발사 원점을 숨긴 채 미국 본토에 직접 위협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국면 전환자) 포지션을 확보하게 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둔 북한의 '대미 직거래' 노림수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북 순항미사일 도발…핵잠 탑재 땐 한미에 '치명적'
3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인민군은 1월30일 조선 서해상에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 발사 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발사한 '화살-2형'은 1800~2000㎞ 정도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는데요. 북한은 '화살-1·2형'에 전술핵탄두 '화산-31'을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말대로라면 일본 오키나와 주일 미군 기지인 가데나까지 사정권에 들어갑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집중하며 해군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지난 24일 서해상으로 신형 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을 발사했으며, 28일에도 동해상으로 불화살-3-31을 발사했습니다. 지난 30일 '화살-2형' 발사까지 일주일 사이 총 3차례 순항미사일 발사에 나선 겁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SLCM은 잠수함에서 발사하면 발사 원점을 숨길 수 있습니다. 지상 발사 형태는 감시망에 쉽게 노출되는 반면 순항미사일이 낮은 고도로 회피 비행하면 탐지가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순항미사일은 비교적 사거리가 짧지만 미국 본토 가까이에서 기습 타격이 가능해 한미 모두에게 치명적 무기 체계로 다가옵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8일 핵추진잠수함 건조 사업 집행 방안과 관련해 "해군의 핵 무장화는 절박한 시대적 과업"이라며 "국가 핵전략 무력 건설의 중핵적 요구로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9월 열린 전술핵공격잠수함 진수식에서 김군옥 영웅함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정은·트럼프' 직거래…'통미봉남' 현실화
다만 북한이 실제 '핵추진잠수함'의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핵잠수함 건조를 위해서는 핵 동력 체계뿐 아니라 심해에서 견딜 수 있는 선체와 배관을 갖춰야합니다. 지난해 9월 북한이 핵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잠수함이라고 주장한 '김군옥영웅함'의 경우 디젤 엔진 잠수함인데, 핵잠수함은 원자로를 동력 수단으로 사용해야합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4월 이후 방북하게 되면 북한에 핵잠수함 개발 기술을 전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공격 체계를 다각화하며 대외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하루 앞둔 유세에서 "그(김정은)는 나를 좋아했고, 나는 그와 잘 지냈다"면서 "우리는 안전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핵 동결과 대북 제재를 맞바꾸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김정은·트럼프' 직거래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이는 지난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정부에서 협상 재개를 위해 논의했던 방안입니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 전 보좌관은 30일(현지시간) 공개한 회고록에서 "그(트럼프)는 (북미 정상회담에서)평양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하려고 했는데, 두 번째 임기 초기에 다시 시도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북한이 '통미봉남'(미국과 통하고 남한과는 봉쇄한다)을 통해 한국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경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대북 압박 정책을 펼쳐 온 우리 정부의 한반도 내 주도권이 완전히 상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