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 측이 첫 재판에서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소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다음 기일에 밝히기로 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김정곤·김미경·허경무 부장판사)는 2일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된 송 전 대표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습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 심리에 앞서 혐의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조사 계획을 잡는 절차입니다.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는 기일로, 송 전 대표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 "어느 부분이 위배되는지 먼저 특정해야"
송 전 대표 측은 "공소사실이 추상적으로 기재돼있다"며 공소장 일본주의를 주장했습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공소장에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이 있는 내용만을 기재하도록 하는 원칙입니다.
송 전 대표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있어서 필요한 부분이라면 언제 어디서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한다"며 "범행 동기와 관련된 부분이라도 구체적으로 행위 일시와 장소를 특정해줘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결국 일정 부분이 필요 없는 내용이라는 취지일 텐데 (어느 부분이 위배되는지) 해당 부분을 특정해주지 않는다면 (검찰 측도) 의견을 말하기 어렵다"고 맞섰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어느 부분에서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되는지 굉장히 추상적"이라며 송 전 대표 측에 구체적으로 특정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검찰 "수사 기록 일체 달라는 건 내부 자료 전부 달라는 것"
양측은 수사기록 열람등사 신청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변호인들은 수사 목록을 본 후 수사 기록 일체를 달라고 하는데, 우리가 수사했던 내부 자료 전부를 달라고 하는 말이다. 일체를 달라고 하는 건 다른 사건에서도 본 적 없다"며 "적어도 그렇게 신청하려면 왜 필요한지 정도는 열람등사 신청서에 적어줘야 우리도 판단하지 않겠나"라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오는 16일 오후 2시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어 증거 조사 및 정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당 대표 당선을 위해 경선캠프 조직을 이용해 부외 선거자금을 마련한 후 선거운동 관계자 및 선거인들에게 돈봉투를 살포하는 방법으로 총 6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6650만 원의 금품을 살포한 혐의를 받습니다.
송 전 대표가 경선캠프에 유입된 부외 선거자금을 보고받아 인식하고 있었고, 매표를 위한 금품 살포를 최종 승인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입니다.
2020년부터 외곽조직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을 자신의 정치활동을 지원·보좌하는 외곽조직으로 운영하면서 각종 정치활동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기업인들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 7억63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습니다.
검찰은 먹사연이 송 전 대표의 정치활동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각종 비용을 유일한 수입원인 후원금을 통해 충당했고, 송 전 대표는 자신을 지지하는 기업인들로부터 먹사연의 고유사업과는 무관하게 거액을 기부받았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대기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