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자율주행·인포테인먼트 고도화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구현할 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내, 오는 2025년까지 차량용 메모리 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계획입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북미 시장 1위 제너럴모터스(GM)와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최근 한국을 방문한 메리 바라 GM 회장과 만나 양사 간 차량용 반도체 등 전장 영역에서의 협력 방향 등을 두고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사가 차량용 메모리 분야에서 어떤 방식으로 협력할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차량용 반도체 산업이 보통 차종별 맞춤형 제작으로 진행되는 만큼 삼성전자가 GM 차량 사양에 최적화한 고성능·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개발·공급 방안 등이 이번 만남에서 거론됐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현대차와도 차량용 반도체 협력을 맺었습니다. 오는 2025년을 목표로 현대차 차량에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920'을 공급하는 내용입니다. 엑시노스 오토는 차량 상태의 정보(인포메이션)와 멀티미디어 재생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해 운전자에게 각종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폭스바겐과 아우디에도 납품한 바 있습니다.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가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분야입니다. 최근 자율주행 시스템뿐 아니라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동영상 스트리밍, 고사양 게임 등) 고도화에 따라 고용량·고성능 차량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차량용 반도체 교체 주기도 기존 7~8년에서 3~4년으로 줄면서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1년 500억달러(약 66조6500억원)에서 2025년 840억달러(111조972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퍼시스턴스 마켓 리서치는 2030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950억달러(126조63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5년까지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를 달성한다는 구상입니다. 지난 2022년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데이 2022'에서 이 같은 목표를 선언했습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상대로 최적의 메모리 솔루션을 공급해 자율주행 시대 가속화를 주도한다는 계획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 진출한 이후 2017년 업계 최초 차량용 유니버설플래시스토리지(UFS)를 선보인 데 이어 차량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자동차와 관련한 다양한 응용처에 대응 가능한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에는 업계 최저 소비 전력을 갖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UFS 3.1 메모리 솔루션 양산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탈부착이 가능한 차량용 SSD 양산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럽 주요 완성차, 티어 1(Tier 1) 고객들과 세부 사양을 협의 중입니다. 올해 1분기 내 기술적 검증(PoC)를 완료할 계획입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기존 제품과 비교해 용량은 4배(1TB→ 4TB), 임의 쓰기속도는 약 4배(240K IOPS→ 940K IOPS) 향상됐으며, 교체 가능한 E1.S 기반의 폼팩터를 제공합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