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의약품 자급율 10%대 그쳐…갈길 먼 '제약 주권'

높은 수입의존도, 의약품 수급불안정 주원인

입력 : 2024-02-13 오후 3:54:16
 
[뉴스토마토 이혜현·고은하 기자] 제약 주권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을 위해서는 원료의약품 국산화가 핵심이지만 갈수록 자급율이 낮아지고 있어 국산 원료의약품 개발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23 식품의약품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원료의약품 수입액은 3조1400억원으로 전년보다 30.8% 증가했습니다.
 
국산 원료의약품은 가격경쟁력이 높은 중국과 인도산 원료의약품에 밀려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실정인데요. 최근 의약품 수급 불안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 역시 원료의약품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고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원료의약품의 해외의존도를 낮추고 우리 실정에 맞는 국산 원료의약품 제조 역량을 강화하고 생산을 유인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완제의약품 자급도가 지난 10년간 70% 전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2022년 11.9%에 불과하고 이는 10년 전보다 20%나 감소한 수치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도 원료의약품의 특정 국가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차질에 대비하기 위해 필수 의약품을 선정하고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조직 및 법제도 정비, 자국 내 지속 생산을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 공급부족 의약품에 대한 모니터링, 해외 동맹국 협력 확대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국산 원료의약품 가격경쟁력 낮아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선진화 원료의약품 자급자족과 안정적인 생산 공급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근이사는 "중국과 인도의 일부 원료의약품의 수출 제한 등 국제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원료의약품 생산기술, 시설, 인력 인프라 구축을 통해서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상향 견인할 수 있는 산업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원료의약품 생산 우선 지원 품목 및 기술(공정 외) 선정 추진, 연구개발 및 기술 자금 지원, 세제 혜택, 선도 기업에 대한 우선 자금 투입, 공개 입찰 우선 업체 선정 등이 담긴 전주기 단계별 원료의약품 생산 기술로드맵이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가격 상승으로 원재료비 25% 상승 시 약 1조700억원의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며 "정부는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 연구개발과 원료의약품 기술과 공정 개량, 생산설비 확장을 위한 다부처 어젠다 수립을 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건산업진흥원과 제약산업전략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국가에 원료의약품 의존도가 편중되면 원료의약품 수요자의 협상력이 저하된다고 분석했습니다.  
 
"국산 원료의약품 제조 역량 강화해야"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원료의약품의 자급률이 떨어지는 원인은 완제의약품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값이 싼 중국이나 인도 원료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적 특수성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원장은 "원료의약품은 공예 산업이고 녹색 성장에 걸맞은 시설 투자와 환경 규제 등이 수반돼야 한다”며 “단순히 보건의료 안보 측면에서 원료 수급 안정화를 떠나 국부를 창출하고 고부가가치 원료 생산을 통해 지속 가능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원료의약품이 바이오 쪽에선 화이트 바이오로 분류되지만, 제약 쪽에선 레드바이오로 분류되다 보니 지자체와 다양한 부처들이 중첩돼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면서 "원료의약품 컨트롤타워 같은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원료의약품은 현재 인도와 중국에서 독점하고 있어 펜데믹 같은 경우가 발생했을 때 원료의약품이 전략 물자가 될 수 있어서 상당히 문제가 된다"며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수익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원료의약품의 품목 중 중요순으로 리스트업을 해 제조업체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정부에선 중요한 원료의약품에 대해 생산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혜택을 주고, 안정성 확보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예전에는 우리나라도 원료의약품 생산을 많이 했지만 가격 경쟁성이 좋지 못하다보니 자급률이 낮아졌다"면서 "가격 경쟁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이 정립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이혜현·고은하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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