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3지대 정치 세력들이 통합한 개혁신당이 끝내 결별을 택했습니다. 노선과 가치가 서로 다른 이준석 공동대표 측 구 개혁신당, 이낙연 공동대표 측 구 새로운미래 세력이 총선 앞두고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가 급하게 제동이 걸린 겁니다. 3지대가 쪼개지면서 범야권의 분열이 총선 변수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이낙연, 이준석 향해 "저 지우기 일찍부터 기획"
이낙연 대표는 20일 서울 여의도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새로운미래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어 "공동대표 한 사람에게 선거의 전권을 주는 안건이 최고위원회의 표결로 강행처리됐다"며 "낙인과 혐오와 배제의 정치가 답습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합의가 부서지고 민주주의 정신이 훼손되면서, 통합의 유지도 위협받게 됐다"며 "더구나 그들은 통합을 깨거나 저를 지우기로 일찍부터 기획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역설했습니다.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개혁신당과의 결별 기자회견을 하고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측의 결별은 예고된 수순이었습니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구 개혁신당', 이낙연 대표와 김 의원이 이끈 '새로운미래'를 비롯해 '한국의희망·원칙과상식·새로운선택' 등 5개 정치 세력이 통합한 정당입니다. 특히 청년 지지층을 기반으로 하는 이준석 대표와 고령층의 지지가 높은 이낙연 대표의 이질성이 충돌했습니다. 지난 9일 통합 선언 당시 '원칙과상식' 소속 이원욱 의원도 "이준석 대표와 이낙연 대표 지지층 문제가 결을 달리한다"며 노장층의 조화로운 지도부를 지지층 극대화 수단으로 설명한 바 있습니다.
개혁신당은 내부 노선과 가치 차이를 줄이기보다는 몸집 불리기에 몰두했습니다. 5개 세력이 합쳐서 보유한 의원 4명에다가 민주당에서 탈당한 무소속 양정숙 의원까지 영입해 국고보조금 6억원을 받을 수 있는 '데드라인'을 맞췄습니다.
그러다 지난 19일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된 '선거 캠페인 및 정책 결정 권한 위임의 건'을 두고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이낙연 대표와 최고위원인 김종민 의원이 반대 의견을 내고 퇴장했습니다.
김 의원은 "선거 운동 전체를 이준석 대표에게 맡기는 건 민주 정당에서 가능한 게 아니다"라며 "어떤 민주 정당에서 최고위에서 정책을 검토도 안 하고 개인한테 다 위임하냐"고 반문했습니다.
이날 새로운미래 기자회견장에서도 김 의원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영입하려는 당내 움직임에 대해 "선거운동은 이준석 (대표) 전권, 공천권은 김종인 (위원장) 전권, 이낙연 (대표는) 그냥 본인 지역구 출마"라며 "이낙연을 지워버리는 게 기본 목적이었던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1일만에 '낙준 연대' 결별…이준석 "국민께 사과"
분당으로 인한 범야권 분열로 갈 길 잃은 30% 안팎의 중도층은 3지대 신당 놓고 당분간 관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날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7~18일 이뤄진 여론조사(중앙여론조사심위의원회 참조)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개혁신당 지역구 투표 의향은 6.4%, 비례는 8.9%로 나타났습니다.
결별 사태를 맞은 이준석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미래가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다만 그는 "정책 발표 효율성을 높이자는 애초 주장이 합당하지 않다면 어떻게 새로운미래를 제외한 모든 세력이 거기에 동의해서 표결에 임하겠느냐"며 "이낙연 대표가 다수 의견 모아 저에게 김종인 위원장을 설득해보라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이낙연 공동대표 합당 철회 발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양측 갈등 지점에는 새로운미래 책임위원인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을 홍보본부장으로 임명하려던 시도가 무산된 점이 있었습니다. 역시 새로운미래에 속한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배제도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 19일 최고위에서 설치를 의결한 당원자격심사 기구가 배 전 부대표를 겨냥했다는 시각이 있는데요.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박원석 전 의원의 홍보본부장 임명은 새로운미래를 제외한 모든 정파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안건"이라며 "오히려 홍보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참여연대 간부 출신 박원석 전 의원을 홍보본부장에 임명하려고 한 것이 의아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기자회견 후 당원자격심사 기구에 대해선 "논란됐던 인사가 원래 속해있던 정당에도 있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에도 있는 규칙"이라고 말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