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컵 절반 찼다던 한일…'독도 분쟁화' 길만 열여줬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서 '독도 문제' 의제화…"한국 정부만 관계 개선 적극적"

입력 : 2024-02-23 오후 3:48:43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선 우리 정부가 '물컵의 절반은 찼다'고 밝혔지만 정작 일본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로 한국 대사를 초치하고 독도를 분쟁화하려는 시도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의 편향 외교가 '독도 분쟁화'의 길까지 열어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태열(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21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만 채운 '물컵'…강제동원 추도비까지 '산산조각'
 
23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태열 장관은 지난 2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계기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3국은 북한의 위협과 북러 공조 강화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조 장관은 "지난 1994년 한미일 3국 정상회의가 처음 열린 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며 "이번 회담은 우리가 함께하는 여정의 상징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한미일 공조 강화는 윤석열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 한일 관계 개선을 디딤돌 삼았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실제로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3월 "물컵에 절반 이상이 찼다"며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서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대법원 배상 판결 이행과 관련해 일본 기업이 아닌 제3자가 변제하는 방식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제3자 변제안' 발표 당시 나온 발언입니다. 우리 정부가 대법원으로부터 법정 채권을 얻은 피해자들의 권리까지 배제하면서까지 한일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인 대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일본 정부는 일본 군마현에 있는 강제동원 조선인 추도비를 산산조각 냈습니다. 해당 추모비에는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또 일본은 히타치조선(히타치조센)의 법원 공탁금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지급된 것을 놓고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에 부당한 불이익을 지우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일본은 시네마현이 '다케시마의 날'로 지정한 22일을 하루 앞둔 지난 21일 한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독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진=뉴시스)
 
상견례서 '독도 분쟁화'…ICJ 회부 노림수
 
지난 21일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가미카와 외무상은 독도를 자국의 고유 영토라고 주장했습니다. 조 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상견례 자리에서 독도 분쟁화를 시도한 건데, 공식 회담 자리에서 독도 문제를 거론한 것도 사실상 처음입니다.
 
특히 일본은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로 지정한 22일을 하루 앞두고 이 같은 주장을 펼치며 자국 내 선전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다케시마의 날 국제법에 근거한 해결 촉구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지난해) 3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개선되고 있지만,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는 다케시마는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며 "일본 정부는 한국에 끈질기게 평화적 해결을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본이 독도 문제를 공식석상에서 '공식 의제'로 만든 뒤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시켜 영유권 분쟁지역으로 만들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되레 이 같은 분쟁화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방부는 지난해 말 일선 부대에 배포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독도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쿠릴열도(일본명 지시마 열도)와 동일시하며 영토분쟁이 진행 중인 지역으로 기술했습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국민의힘 의원 시절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한일 간 독도 영유권 분쟁이 존재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독도 영유권 분쟁 부분과 관련해서도 우리 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하는데, 현재 상황은 분쟁 지역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현재 일본 정부는 윤석열 정부에게 역사 문제를 거론해 (기록을) 남겨두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부분도 일본이 어떤 후속 조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 스스로가 역사 문제가 해결됐다고 선언하고 있는 상태"라고 꼬집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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