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의 공판이 한 달 만에 재개됐지만 10분도 안 돼 끝났습니다. 이 전 부지사와 변호인이 공판갱신절차 진행방식에 대한 합의를 하지 못한 탓입니다. 재판부는 29일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습니다.
애초 이날 갱신절차가 어떻게 정해지냐에 따라 총선 전 선고 가능성도 점쳐졌는데, 이틀 뒤 공판준비기일을 다시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총선 전 선고가 날 지 주목됩니다.
29일 공판준비기일서 갱신절차 재결정…총선 전 선고 가능성 ‘주목’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27일 이 전 부지사의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위반 등에 대한 55차 공판을 열었습니다. 법관 인사로 배석판사가 2명이 바뀌면서 한 달 만에 열린 재판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갱신절차를 통해 예정된 검찰 서증조사 등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이 전 부지사 측이 갱신절차 진행 방식을 결정하지 못했다며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시간을 많이 줄 수 없다”며 29일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갱신절차 방식을 다시 정하기로 했습니다.
공판갱신절차는 재판부 변동이 있을 경우에 앞선 재판에서 나온 증인신문 녹음파일 등을 재생하는 절차입니다.
절차방식은 간이방식과 정식절차 중 검찰과 피고인 측의 협의하에 재판부가 결정합니다. 정식절차의 경우 재판부 변경 이전 증인신문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듣는 방식으로 짧게는 2~3달, 길게는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김현철 변호사는 재판이 끝나고 취재진에 “이 전 부지사에게 불리한 증언들을 전부 다시 들으면 재판부에 선입견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 “간이 절차로 진행할 수 있도록 (이 전 부지사를)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의 설득이 통해 간이 절차로 진행될 경우 빠르면 4월10일 총선 전에 선고가 이뤄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현재 이 전 부지사 재판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기재부 “조선아태위 금융제재 대상 아냐”…새 쟁점 부상 전망
다만 ‘대북송금 의혹’ 재판에서 새로운 쟁점이 부상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이날 공판을 마친 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가 정부의 금융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근거로 최근 기획재정부가 법원에 보낸 사실조회 회신 내용을 보였습니다.
현재 이 전 부지사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공모해 800만 달러를 해외로 밀반출해 조선아태위 등 북한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습니다. 외국환거래법은 일정 금액 이상 외화를 국외로 반출할 경우 관계 당국에 사전 신고하고, 금융제재 대상자에 자금을 지급하고자 할 때 미리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김 변호사는 “통일전선부와 조선아태위가 금융제재 대상이라는 전제로 이 사건(대북송금)이 시작됐는데, 기재부 회신으로 사건의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무허가 송금이 무죄가 돼도 미신고 밀반출이 존재하기 때문에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유죄가 될 수 있다”면서도 “애초에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이 돈을 북한측에 준 사실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혐의를 부인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기재부의 답변은 유권해석에 가깝다”며 “양측 모두 확인해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했다. 검찰은 법리를 검토해 의견서를 내고 법령 해석에 도움 되는 자료와 관련해 사실조회를 신청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쌍방울그룹 뇌물 의혹을 받는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2022.09.27.(사진=뉴시스)
수원=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