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빠진 코스닥 굴에 등장한 여우 셋

HLB·알테오젠·엔켐 호재 업고 나란히 급등…시총 3~5위 꿰차
엔켐, 미국 정책 기대감에 333% 불기둥

입력 : 2024-02-28 오후 3:39:38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코스닥 주요 종목들이 코스피로 넘어가면서 시가총액 순위 상단에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했습니다. HLB(028300), 알테오젠(196170), 엔켐(348370)은 연초부터 나란히 급등세를 보이며 새로운 '톱(Top) 5'로 등극했는데요. 해당 종목들은 각각 대형 호재와 미국 정책발 기대감을 등에 업고 랠리를 벌였습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코스닥 시총 순위 3~5위엔 셀트리온헬스케어, 포스코DX(022100), 엘앤에프(066970)가 올라 있었습니다. 당시 이들의 시총은 각각 12조4829억원, 11조2810억원, 7조3946억원입니다.
 
새해 이들은 모두 코스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달 셀트리온과의 합병절차를 마무리하고 셀트리온(068270)이 되어 이전상장했으며, 포스코DX와 엘앤에프 역시 코스피로 이전을 완료했습니다. 시총 1, 2위 에코프로비엠(247540)에코프로(086520)를 제외한 코스닥 대표 종목들이 빠지면서 시장은 3, 4, 5위 자리에 누가 치고 올라올지 주목했습니다.
 
세 종목의 이동 직후엔 이들의 빈자리를 채울 후보가 확실하지 않았으나, 1월 중후반부터 몇 종목이 급등세를 보이며 순위가 뚜렷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27일 현재 코스닥 시총 3위엔 HLB가 자리를 잡았고, 뒤를 이어 알테오젠과 엔켐이 4위와 5위에 안착했습니다.
 
HLB와 알테오젠은 지난해 말엔 6위와 7위에 있었습니다. 당시 시총은 6조5552억원, 5조1402억원입니다. 엔켐은 시총 39위로 1조2936억원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셋 모두 올해 들어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며 덩치를 키웠습니다. HLB는 지난 21일에 52주 신고가를 찍으며 시총 1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는데요. 현재는 9조9025억원으로 10조원 턱밑에 있습니다. 알테오젠은 27일 신고가를 기록, 이날 시총이 8조3494억원입니다. 두 종목 모두 두 달 사이에 3조원 넘게 몸집을 키웠습니다. 지난 27일까지 올해 HLB 주가는 49.3% 급등했으며, 알테오젠은 59.9% 올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들 주가가 급등한 것은 호재성 소식 덕분입니다. HLB는 간암 치료제 후보물질인 '라보세라닙'과 중국 헝루이제약(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1차 품목 허가를 추진 중입니다. FDA는 오는 5월16일에 최종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더해 HLB는 코스피 이전상장도 추진하고 있는데요. 지난달 21일 주주총회에서 코스닥 시장 조건부 상장폐지와 코스피 이전상장 승인 안건이 가결됐습니다. FDA로부터 신약 허가를 받아낸 다음 본격적인 이전상장에 착수할 전망입니다.
 
알테오젠은 지난 22일 미국 제약사인 머크와 키트루다SC 독점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습니다. 계약 변경 사유는 키트루다SC 품목 독점 확보를 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계약 변경으로 알테오젠은 계약금 267억원과 함께 머크의 제품 허가·판매시 추가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순매출에 따른 최대 5767억원의 로열티가 예상됩니다.
 
엄민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머크와 같은 빅파마의 전체 매출액 40%가 넘는 제품을 좌지우지한 우리나라 기업은 없었다"며 "머크와의 공개 계약으로 추가적인 빅파마 기술이전, 외국인 수급, MSCI(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 지수 편입 등 기대감이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HLB와 알테오젠이 바이오기업이라면 엔켐은 2차전지 소재 전해액을 제조 판매하는 기업입니다. 지난 연말 미국이 발표한 전기차 세제혜택 정책에 따른 국내 전해액 기업들의 수혜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했는데요.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해외우려기업(FEOC)에 중국을 포함시켰습니다. 배터리 부품에 중국산이 들어가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한 반사이익을 국내 전해핵 기업들이 누릴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엔켐 주가는 지난해 말 7만6500원에서 지난 27일 33만1500원까지 뛰어오르며 317.0% 폭등했습니다. 연초부터 불기둥을 내뿜은 결과 거래소가 엔켐을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 시황 변동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지만 엔켐 측은 중요한 정보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호재를 업고 코스닥 시총 3~5위로 온 새 얼굴에 투자자들은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으로 형성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테마와 상관없이 상승세를 탄 바이오 업종과 '제2의 에코프로'로 불리는 엔켐이 코스닥 대표 종목으로 자리를 공고히 할지 주목됩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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