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승은 기자] 우리나라 광업·제조업 분야의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상위 5대 기업은 전체 광업·제조업 출하액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52개 산업의 독과점 구조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미래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1%대에 머물러 있는 게 현주소입니다.
산업 내 독과점이 심화할 경우 대기업 편중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분명한 견제와 과감한 R&D 투자를 위한 정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광업·제조업 분야 시장구조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광업·제조업 분야 시장구조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독과점 구조가 유지된 산업은 52개 업종으로 1년 전보다 1개 업종이 늘었습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2011년(59개)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된 고착화 현상이 뚜렷합니다.
특히 39개 산업은 2011년 이후 5회 연속 '독과점 구조 유지 산업'이었습니다. 메모리용 전자집적회로, 승용차 및 화물자동차, 이동전화기, TV, 설탕, 식초 및 화학조미료, 맥주, 특수사 및 코드직물, 화약, 제철업 등이 대표적입니다.
시장집중도는 소폭 줄었으나 상위 기업의 쏠림 현상은 여전히 큽니다. 대규모 기업집단이 광업·제조업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출하액 기준 48.8%로 절반에 달합니다. 이 중 상위 5개 기업의 비중은 30.2%로 6~76대 기업 비율(18.6%)보다 높습니다.
출하액으로 보면 2021년 기준 광업·제조업 전체 평균출하액은 3조6000억원입니다. 이중 대규모 기업 집단 상위 3개 사가 포함된 산업의 평균출하액은 약 6조4000억원으로 두 배에 가깝습니다. 반면 대규모 기업집단이 진출하지 않은 산업의 평균출하액은 700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대규모 기업집단이 진출하지 않은 산업의 평균출하액은 약 7000억원에 불과합니다.
무엇보다 메모리용 전자집적회로(3조4220억원), 승용차(4조8130억원)는 평균출하액이 높아 신규 진입이 어려운 분야로 꼽힙니다.
또 52개 독과점구조 유지 산업의 평균 R&D비율은 1.1%에 불과했습니다. 그 외 산업의 평균인 1.4%보다 0.3%포인트 낮습니다.
산업별 편차도 큽니다. 항공기(8.4%), 메모리용 전자집적회로(5.4%), 유기발광다이오드(OLED)(3.4%)의 경우 평균치를 크게 상회했지만 소주(0.06%)와 비철금속(0.008%) 등은 한참 떨어졌습니다.
초기 시설·설비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광업·제조업 시장 내 독과점은 불가피한 분야로 지목됩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산업을 막론하고 대기업 의존 및 독과점이 심한 실정입니다.
경제인정의실천시민연합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연도별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발표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재벌의 2022년 기준 매출액은 973조6000억원으로 GDP(2161조7000억원) 대비 45%로 절반 수준입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산업 내 독과점이 심화할 경우 대기업도 독과점 체제에 기대게 돼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자본주의 체제에서 독과점은 분명 견제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대기업 위주 정책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법인세 인하 등보다는 과감한 R&D 투자 등에 대한 감세를 단행한다든지 하는 조건부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며 "경제 질서 측면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을 일궈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1월 24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에서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길을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 기자 100win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