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승은 기자] 대기업과 부유층에 혜택이 쏠리는 감세 정책만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선심성 감세, 총선용 퍼주기 논란까지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예전처럼 대규모 세수 부족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줄줄이 감세에 세수 확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 우려의 시선은 적지 않습니다.
양도소득 인하·금투세 폐지 등 부자감세↑
지난 5일 민생토론회에서는 소득세법 개정안 추진 사안으로 '기업의 출산지원금 비과세'를 꺼내든 바 있습니다. 기업이 출산한 근로자에게 2년 내로 출산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이에 대한 세금을 전액 비과세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현 정부의 감세정책은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 줄지어 발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간에서는 총선 앞두고 또 감세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핀잔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는 작년 12월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인하를 비롯해 기업 출산지원금 비과세 등 굵직한 감세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지난해 꺼내든 감세 정책 중 기존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높인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이 대표적입니다. 올 1월에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및 증권거래세 인하,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 연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 확대 등 굵직한 감세 정책을 잇달아 내놨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감세 정책이 대부분 대기업 및 부유층에만 해당한다는 점, 세수 결손에 따른 세입 확충 방안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기재부의 추산을 보면 지난 2020년 기준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상장 주식 기준 15만명입니다. 개인투자자(1400만명)의 1% 수준인 부유층입니다. 출산지원금 역시 현재 시행하는 기업은 부영그룹을 비롯해 현대차, 포스코, HD현대 등 극히 일부입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특히 금투세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만 유일하게 도입하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이어지는 감세 정책은 시장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려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심화하게 하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56조 샜는데…재정 악화 '필연적'
지난해 나라 곳간에 무려 56조원이 넘는 돈이 부족했습니다. 올해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없이 '퍼주기' 감세 정책만 앞세우다보니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습니다.
작년 국세 수입(344조1000억원)은 전년 대비 51조9000억원 감소했습니다. 2023년 본예산 전망치(400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56조4000억원이 부족한 역대급 세수 펑크를 기록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작년과 같은 대규모 세수 부족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재정상태 악화는 피할 수 없을 전망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올해 국세 수입이 정부 예상치(367조4000억원)보다 약 6조원 덜 걷힐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정부 내부의 정통한 관계자는 "줄줄이 감세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세를 어떻게 걷어 들일 지에 대한 방안이 안보여 타부처에서 지켜보는 입장에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한 추가적인 감세 정책은 예산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서 예상했던 것보다 추가 세수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해에는 중도세 형태의 정부 수입 마련 장치도 삭감하고 각 부처가 부담금을 줄이는 방안도 제출하며 세수뿐만 아니라 수입이 줄었다"며 "올해도 상황이 비슷하고 여기에 각종 감세 정책까지 더해져 재정 상태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퇴근하는 직장인 등 시민들이 길을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 기자 100win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