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의대 증원'을 반대하며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로 인해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대안책으로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를 확대키로 결정했습니다. 이와 함께 의료개편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의사와 간호사 갈라치기를 통해 의료공백으로 불거질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을 불식시켜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8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날 간호사들이 의사의 업무 일부를 합법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시범사업의 보완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간호협회 "간호법 제정 촉구"
이날부터 간호사들은 응급상황 시 심폐소생술과 응급 약물 투여, 혈액 등 각종 검체 채취, 심전도와 코로나19 검사 등을 할 수 있습니다.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가 방대해지면서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의사들의 집단 사직으로 발생한 이번 사태가 진정된 후 간호사들의 의료행위가 불법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처우 개선 등을 중심으로 한 법안으로, 지난해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좌초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간호사들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간호법 재추진에 탄력이 가해질 전망입니다.
간호협회는 "그동안 간호사의 업무범위는 법으로 정해지지 않아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한다면 대한민국의 의료체계는 한층 발전될 것"이라면서 "65만 간호인은 새로운 간호법 제정으로 누구나 안전하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불합리함에 맞서 국민의 권익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이번 시범 사업으로 간호사들의 중요성은 물론 의료 체계 개편에 충분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시범 기간이 끝난 후 불법으로 내몰릴 우려가 있다"면서 "간호사들의 보호를 위해 간호법 제정까지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의사-간호사 갈등 재점화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숙련된 진료지원 간호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함께 추진하겠다"밝히면서 의사와 간호사간 갈등이 가속될 전망입니다.
2020년 9월 의사 파업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SNS에 "전공의 등 의사가 떠난 의료 현장을 묵묵히 지키는 간호사들을 위로한다"는 글을 올리면서 의사와 간호사 갈라치기 비판이 있었는데, 윤 대통령의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간호법을 반대해 왔던 의사단체는 이번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 확대는 말도 안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PA간호사에 의한 의료행위는 불법이라는 주장입니다.
의협은 "자격없는 PA의 불법 의료행위가 양성화되면 의료 현장은 불법과 저질 의료가 판치는 곳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의 무모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민 건강은 위험에 빠지고, 대한민국은 국제 사회의 웃음거리로 전락할 위기"라며 "정부의 탄압에도 잘못한 것이 없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바쁘게 의료기기를 끌고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