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반대”…의사들 주장 논거는

정부 “국민총생산 116배 늘 동안 의사 7배”
의협 “인구 1.4배 늘 때 의사 7배” 반박

입력 : 2024-03-08 오후 3:57:43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의료계에선 의사협회, 전공의협의회를 필두로 정부의 압박을 탄압으로 규정하고 의대 증원에 대해 명백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전공의에서 시작한 반발 움직임이 의대생과 전공의를 넘어 원광대와 경상국립대, 서울아산병원 교수들까지 8일 사직서 제출에 동참키로 하면서 빅5 병원으로 불길이 번지고 있습니다.
 
갈등이 20여일을 넘어가는 가운데 대체 왜 의료계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지 살펴봤습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언론홍보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협 비대위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대 증원 숫자 '타당한가'
 
우선 ‘의대 증원 2000명’이 타당한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중대본 회의에서 의대 증원 필요성을 강조하며, 건강보험이 도입된 1977년 이후 국내총생산(GDP)은 116배, 국민 의료비는 511배 증가했지만 의사 수는 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는 통계를 제시했습니다.
 
의협 비대위는 곧바로 반박했습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주장의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는 겁니다. 1977년 인구가 3641만명에서 5175만명으로 1.4배 늘 때 의사는 1만8913명에서 14만명으로 7배 가량 증가했다며, 인구수 증가에 비해 의사수 증가분이 적지 않다고 맞섰습니다. 의사가 늘어나고,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의료비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게 합당하다고 해석했습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정말 대한민국은 의사가 부족한 것이 맞습니까”라며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통계 해석을 해서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하게 만든 이는 도대체 누구입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우리나라는 의사 수가 부족해 의사 1인당 업무량이 가장 많은 국가”라며 “2021년 기준 의사 1인당 연간 진료 건수가 6113건으로 업무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의사 증원이 필요한 근거를 든 바 있습니다. 이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3배 이상, 일본에 비해서도 1.4배나 많은 수치로 의사들의 업무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의협 비대위는 이 역시 180도 다른 입장입니다. 의협 비대위는 “원가의 70% 수준이자 OECD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저수가를 극복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만약 수가는 낮게 묶어두고 의사 수만 늘리면 의사들은 똑같이 생존을 위해 일을 많이 할 수 밖에 없고, 늘어난 의사로 인해 이미 세계 최고인 의료접근성은 더욱 높아져 국민들은 의료를 더욱 많이 이용할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낮은 수가체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료비 폭탄’이 불가피한 만큼 이를 막기 위해 의대 증원을 반대한다는 주장입니다.
 
‘의대 증원’ 정부 vs 의료계 갈등. (출처 의협 비대위, 대전협 비대위)
 
의료계에선 2000명이라는 증원 숫자에 대해서도 근거없는 숫자라며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앞세워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인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도 “정부는 2000명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숫자를 발표했다. 과학적 근거를 요구했으나 정부는 근거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며 “정부가 인용한 자료의 저자인 서울대학교 홍윤철 교수 역시 문제가 많은 의료 시스템을 고친 후 의대 증원 규모를 계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무리한 증원 규모를 제출했던 점을 시인한 바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합리적인 의사 수 추계를 위해 과학적인 근거 마련이 선행되어야 하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지만, 정부는 정치적 표심을 위해 급진적인 의대정원 정책을 발표했다”며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한들 저수가와 의료소송 등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달 23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의 모습. (사진=뉴시스)
 
전공의로 메운 구멍난 병원구조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되면서 의료공백, 나아가 의료대란, 의료마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의료계에선 전공의는 엄연히 근로자이자 수련과정의 피교육생 신분으로 수련의가 의료인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 상태에서 저수가를 방패삼아 운영되던 현실이 오히려 문제라고 맞섰습니다.
 
대전협 비대위는 “피교육자인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작금의 병원 구조는 과연 바람직한가”라며 “이를 지금까지 방조했던 정부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건가”라고 되물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역시 집단사직은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성립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의협 비대위는 “전공의들은 진료를 거부한 적이 없다. 사직서를 내고 직장을 그만 둔 것”이라며 “진료 거부라는 것은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가 진료를 할 수 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진료를 하지 않을 때 사용하는 용어인데 의료 기관에서 종사하지도 않는 의사가 어떻게 진료 거부를 할 수 있나”라고 반박했습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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