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전공의들의 병원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대란' 속에 의사를 대신할 'PA 간호사(진료보조)' 대안을 놓고 찬반 시선이 팽팽합니다. '의료사고 유발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반대 진영과 '의사·간호사 간 의료경계를 명확히 한 것'이라는 찬성 측이 맞서고 있는 겁니다.
10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의사 일부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 진료지원(PA) 간호사들의 시범사업이 가동되면서 진료체계 안정성 유지에 대한 긍정적 시그널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PA간호사 보완 지침에는 간호사를 숙련도와 자격에 따라 '전문·전담·일반' 세 종류로 구분해 업무 범위를 설정하는 등의 내용이 명시됐습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왼쪽)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료사고 유발 가능성"
반면 의사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넓힌다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PA 간호사는 한시적인 비상대책이며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뿐더러, 의료사고에 대한 우려도 가중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간호사가 본격적으로 진료행위에 투입된 지난 8일 즉각 성명을 내고 "진료공백 해소책이 환자생명 위협책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 업무 중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를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것은 환자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며 "이럴 거면 차라리 간호사에 의사면허를 발급하라"고 비판했습니다.
오히려 의료 현장의 혼선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게 보건의료노조 측의 주장입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기관장과 간호부서장과의 협의를 거쳐 정하는 업무범위는 의료기관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며 "진료의 혼선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시범사업은 의료인 간의 업무범위를 구분하고 있는 의료법 규정에도 불법 무면허의료행위를 종용하는 것"이라며 "책임을 전적으로 의료인에게 전가시키는 파렴치한 조치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PA 간호사는 이미 핵심인력"
PA 간호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병원 자리 잡은 핵심인력으로, 그간 미진했던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옵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 교수는 "의사 보조는 원래 간호사의 역할이다. 진료지침에 따라서 업무하라는 것은 이미 하던 업무를 법적으로 불확실성을 제거한다는 의미"라며 "미국에서도 1970년대 PA 간호사를 시범사업 이후 합법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형선 교수는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는 시점에서 PA 간호사 시범사업 추진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의사들의 반대로 정착되지 못했던 숙련된 인력을 활용해 의료인력 유연화·효율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경기 한 병원 총무과장인 이 모(39) 씨는 "일부 척추관절 전문병원 OR(수술실)에서는 간호조무사를 활용하기도 한다. 수술할 때 활용하는 장비인 C암(arm) 조작, 리트렉터(수술 장비) 고정 등에 교육을 받은 간호사가 투입되는 것은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문 교육·법적 장치 마련돼야"
경기 한 종합병원 간호과장인 박 모(48) 씨는 "간호사의 역할 범위를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은 과거 우리가 간호법을 외쳤을 때 포함된 내용 중 하나다"며 "의사 파업으로 이제서야 해주겠다고는 한 것이지만, 결론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역할이 늘어나는 만큼, 전문지식이 더 요구된다"며 "의료행위를 하기 전 충분한 교육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보건의료노조도 동일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단체는 "의료인의 자격과 먼허, 업무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책무"라며 "업무범위에 대한 정부 차원의 통일적인 규정과 제도를 마련해야 의료현장의 혼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면허와 자격, 교육과 훈련에 관한 법적·제도적 장치도 만들지 않고 간호사들에게 의사업무를 무제한 허용하는 것은 갈등을 부추길 뿐"이라며 "전문간호사·전담간호사의 자격과 업무영역에 대한 명확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