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실시되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5선에 도전합니다. 현지 여론조사 추세상 푸틴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실시되는데요.
당초 예고했던 방북은 푸틴 대통령이 취임하는 5월 이후에 중국을 먼저 방문한 뒤 평양을 방문하는 일정이 유력해 보입니다. 이때 북러는 문화·경제 교류뿐 아니라 군사 교류 협력까지 논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8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대통령과학교육위원회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기 투표 이미 시작, 푸틴 대항마 없어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자포리자·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기존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 지역) 등을 포함해 극동 지방에서는 이미 대선 조기 투표가 시작됐습니다. 점령 지역에서의 투표가 불법 행위라는 국제 사회의 비판이 있지만 러시아는 이번 투표를 통해 '러시아 영토'로 선전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15일부터 17일까지 치러지는 선거는 1차 투표인데요. 1차 투표에서 과반 표를 획득한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3주 후에 결선 투표가 진행됩니다.
하지만 러시아여론조사센터의 지난달 25일 조사에 따르면 현재 푸틴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79.6%에 달해 1차 투표에서 마무리되는 게 확실시됩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00년 대선에서 첫 승리한 이후 4번의 대통령과 1번의 총리를 지내 집권 기간만 24년입니다. 또 지난 2020년 헌법 개정에서 기존 임기가 모두 백지로 돌아갔고, 재출마가 가능해지면서 2030년 대선까지 출마하면 사실상 '종신 집권'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5월 이후 방북 가닥…"군사적 밀착 강화"
현재 시점에서 주목되는 건 푸틴 대통령의 당선 이후 행보입니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는데, 푸틴 대통령도 대선 직후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1월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방북 초청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가까운 미래에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페스코프 대변인은 대선 전 방북을 부인하며 북한 답방 시기를 외교 채널을 통해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중국을 먼저 방문한 뒤 방북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2013년 취임 후 첫 방문국으로 러시아를 택했는데, 푸틴 대통령이 이에 대한 화답 방식으로 중국을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중국센터장은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5~6월 정도에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과 평양을 방문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러시아가 현재 북중러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 문제를 러시아 혼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풀어나가는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제성훈 한국외대 교수(모스크바 국립대 정치학 박사)도 “5월 초 취임 이후 첫 방문지라는 상징성이 큰 만큼 북한이 첫 방문지가 될 가능성은 낮으며, 지난 2000년 방북 때도 중국을 거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12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러시아 문화부 대표단이 방북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북한도 올해 들어 농업기술대표단과 조로수산공동위원회대표단, 체육석대표단 등을 러시아에 보내면서 양국의 경제·문화 교류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북한과 러시아 교류 이면에는 무기거래와 군사기술 전수가 있을 것이라는 게 국내외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미국의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은 11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례위협평가 보고서는 "김정은은 미국과 동맹을 위협하는 핵 및 재래식 군사능력을 계속해서 추구할 것"이라며 "오늘날 북한은 경제적 이득과 군사 협력 등을 위해 중국 및 러시아와 협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보고서는 "김정은은 핵보유국으로서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는다는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러시아와 군사적 밀착 관계를 이용하고자 희망할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군사협정이 체결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정재흥 센터장은 "과거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정은 소련이 무너지면서 사문화된 것"이라며 "북한이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 러시아가 자동 개입한다는 내용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협정을 맺음으로써 극동지역에서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겁니다.
러시아, 한국인 1명 ‘간첩혐의’ 체포…"한러 관계 반증"
푸틴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북한, 중국과 접촉면을 넓혀 가면 한러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요. 러시아가 한국인 1명을 올해 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한 사건이 한러 관계에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제 교수는 "러시아가 언론을 통해 구금된 사람의 실명까지 공개했다는 것은 한국에 보내는 경고의 의미라고 볼 수 있다"며 "무엇에 대한 경고인지 민간에서는 알 수 없지만, 관련 기관에서는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고 한러 관계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인데,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을 뿐 위험한 상황에 놓인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