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규현 "이종섭 대사? 국가권력으로 관제 밀항한 것"

(황방열의 핫피플)김규현 전 후보 "채상병 사건 없었다면 출마 안 했을 것"

입력 : 2024-03-18 오후 5:00:29
이 코너에서 처음으로 총선 낙천자를 만났습니다. 민주당이 청년전략특구로 정한 서대문갑 경선에서 3인 후보까지 올랐으나, 김동아(36) 변호사에게 밀린 김규현 변호사는 그 이력이 독특합니다.
 
검정고시 대학 진학-해병대(병 1043기)-회계법인 근무(미국 공인회계사)-벤처 창업-국회 보좌진-로스쿨-검사-변호사-국회의원 출마까지, 39세 나이에 이만한 경험을 한 이가 몇이나 될까요?
 
수출 준비까지 하던 모바일 게임업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산업기능요원제도를 폐지하면서 문을 닫았습니다. 섭외 해놓은 개발자들이 군대 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병무청 등에 아무리 항의해 봤자, 공무원들은 신경도 안 썼습니다. 
 
백수가 된 뒤, 영화 '변호인' 관람이 계기가 돼, 국회의원 보좌진이 됐습니다. 국회에 들어와 보니, 9급보다도 낮은 인턴의 질의에 병무청 국장·과장이 의원실로 찾아왔습니다. "정치의 힘"을 알게 됐답니다.
 
정부 관료들의 '수십 년 논리'를 이기기 위한, 전문성과 경력의 필요성을 느끼고 로스쿨에 진학해 검사가 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인 2022년 봄, '검수완박' 논란이 더 뜨거워지면서 검찰 내부통신망(이프로스)에 '검찰은 사법통제에 집중하고 수사권을 내려놓자'는 글을 올립니다. 검사 3년 차 때였습니다.
 
이 사건과 '주된 이유는 생활고'로 검사를 퇴직하고 변호사가 된 지 얼마 안 돼 채 상병 사건이 터지고 '수사 외압 의혹'으로 이어집니다. 격분해서 해병대 전우회 게시판에 글을 올렸던 그는 해병대 전우회의 외면에 또 격분, '채 상병 순직 진상규명 및 박정훈 대령 명예회복을 위한 해병대 예비역연대'에 법률 자문을 맡았습니다. "해병대 출신이 아니었다면, 채 상병 사건이 없었다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의 이런 이력이 불과 2주 만의 선거운동으로 3인 경선까지 진출하게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그때그때의 선택이었을 과정들이 지금은 자연스러운 필연으로 보입니다. 다음은 18일 김 후보와 나눈 문답 전문 요약입니다.
 
김규현 전 민주당 서대문갑 후보는 <뉴스토마토>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범죄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현 정부가 합법적으로 관제 밀항시킨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종섭 귀국하라는 한동훈, 진정이라면 '채 상병 특검법' 통과시켜라" 
 
-채 상병 사건에 대한 해병대 예비역들의 관심이 여전히 뜨겁습니다.
 
해병대 전역자들 모두가 채 상병 사건이 발생했을 때 관심 갖고 모금까지 했어요. 그런데 수사 외압 의혹이 터지고, 관련 혐의자들은 빠지고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걸 보면서 해병대 예비역 모두가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해병대 전우회 중앙회 게시판에 채 상병 관련 글을 많이 올렸거든요. 그런데 해병대 중앙회에서는 정치적인 글이라며 삭제했어요. (목소리를 높이며) 채 상병 사건이 어떻게 정치적인 겁니까? 진상을 밝히고 관련자를 처벌하자는 거 아닙니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해 즉시 귀국하라고 했습니다.
 
명품백 사건 때와 (양상이) 비슷한 것 같아요. 당시에 '약속 대련' 논란이 일지 않았습니까. 한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고 들어갔고, 결과적으로도 이룬 게 없어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예요. 만약 한 위원장이 진심이라면 실천이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채 상병 특검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는데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행동이었어야 진정성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병대 예비역연대'가 한 위원장을 여러 번 찾아갔었어요. 서울역에서도, 현충원에서도, 부산에서도 한 위원장을 찾아가 채 상병 특검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 박 대령 구명을 위한 활동을 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응답하지 않았고, 오히려 경찰이나 경호원들이 저희를 끌어냈죠. 이런데 누가 한 위원장의 진정성을 믿겠습니까. 선거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거죠. 

-대통령실은 오늘 아침에 재차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에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하고 제1야당 대표를 만난 적이 있습니까. 범죄자이기 때문에 만날 수 없다는 건데, 자신들은 범죄자를 호주 대사로 임명했어요. 모순된 행동이죠.
 
지난 1일 해병대 예비역 연대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채 상병 특검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해병대 예비역 연대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김규현 전 후보 (사진=뉴스토마토)
 
"검사 때 출금 많이 해봤는데, 이렇게 해제하는 거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법무부에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유지'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검사 시절에 출국금지 요청을 많이 해봤습니다. 출국금지는 법무부의 권한인데요, 수사기관이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하면 법무부는 기계적으로 출국금지를 하고, 수사기관이 풀어달라고 하면 그때 출국금지를 풀어줍니다. 출국금지 당사자가 이의를 신청하는 절차도 있지만, 법무부에서 받아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공수처에서 출국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는데, 법무부에서 출국금지를 푼다는 건 굉장히 이례적이고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검사 시절 수뇌부를 향해 검찰개혁 소신을 밝혔다는 글을 올렸더군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이었습니다. 문재인정부 시절이자,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때였습니다. 김오수 검찰총장을 비롯해 고검장들이 (검수완박에 반발해) 전부 사퇴했어요. 그런데 검수완박 법안은 국회의장 중재를 통해 합의가 모인 온건한 형태였거든요. 개인적으로는 검수완박 법안을 조금만 다듬는다면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검찰의 직접 수사는 자제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검찰총장과 고검장들이 집단으로 사직한 건, 지금의 의사들이 집단 사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였죠. 법안에 반대한다면 국회에 가서 절차에 따라 설득했어야죠. 
 
"출마 용기 준 건 '채상병 사건'"
 
-국회 보좌진도 2년 정도 경험하셨는데, 직접 출마는 상당히 다르지 않습니까. 
 
출마 결심이 선 건 민주당이 서대문갑 지역을 청년전략특구로 지정하면서예요. 보좌진 시절에는 의원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었는데요. 아무래도 저에게 용기를 준 건 채 상병 사건이라고 봐야죠. 채 상병 사건을 이야기하는 후보가 한 명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해병대 전우들과 박 대령이 응원해줘서 어렵게 내린 결심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막상 출마를 해보니 정치가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떤 점에서요?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들이 쟁점이 됐고 공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소속된 법무법인에서 유동규씨를 변호하고 있다거나, 국민의힘과 가까운 거물급 인사가 있다거나 하는 부분들로 인해 '국민의힘 로펌'에 다니는 후보라는 공격을 받았어요. 전혀 사실이 아닌데도 실제 선거에서는 통했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서대문갑 공천 과정에 대한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서대문갑이 청년전략특구로 지정되지 않았다면 제가 출마 결심도 못했을 것 같은데요.(웃음) 사실 저는 정치에서 한 발 떨어져 있던 사람 아니겠습니까. 당의 룰이 정해지면 정해진 대로 임해야죠. 
 
-사실 경선 3인에 들어간 것도 놀라운 대목이에요. 
 
저도 놀랐습니다. 5명이 오디션을 보고 그중에 3명을 선발했는데요. 심사위원들이 저를 좋게 봐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검사 출신 변호사라는 점도 이점으로 작용했다는 데 동의하십니까. 
 
검사 출신이라는 게 민주당 경선에선 양날의 검이에요. 색안경이 씌워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검사 출신이 검찰 정권의 치부와 약점, 심리구조를 더 잘 알고 있고 더 잘 싸울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채 상병 사건 관련해 제가 해왔던 일들에 대해서도 진심이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민주당 공천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았습니다. 공천 과정에 있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공천이라는 게 향후 4년 의원직을 둘러싼 것이기 때문에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목숨을 걸고 임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공천에서 탈락하면 후보들은 원통하고 억울하죠. 또 전국적으로 완벽하게 공정한 공천을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습니까?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보면 공천에 불복하고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건 손가락질의 대상이지 않습니까? 저도 같은 입장이기 때문에 출마를 결심할 때부터 공당의 룰에 대해 수용하고 승복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다른 룰로 했더라도 제가 과연 이길 수 있었을까요?(웃음)
 
-한국 정치에 법조계 인사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정치가 다양한 국민을 대변하는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정치권에 들어와야죠. 다만 국회가 법을 만드는 일을 하기 때문에 법과 정책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고, 그런 부분에서 법조인들에게 강점이 있는 거죠. 
 
그럼에도 법조인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저는 사업도 했고 보좌진도 하고, 법조인도 했는데요. 기존의 법조인들은 법을 바꿀 생각을 잘하지 못합니다. 기존의 법이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그 안에서 해결책을 내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법 개정에 있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규현 전 민주당 서대문갑 후보는 <뉴스토마토>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윤정부 최대 문제점은 국가 권력 사유화"
 
-윤석열정부 출범 때 검찰에 계셨는데,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보십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전 정부 관련 수사를 많이 했잖아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도 많이 했는데요. 대장동·백현동 수사를 하면서 이 대표가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했다고 비판했잖아요.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권력을 잡은 지금, 문제는 똑같아요.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거든요. 자신들 땅에 가깝게 고속도로를 휘게 만들고, 명품백을 받고, 주가 조작을 은폐하고, 국가 권력을 이용해 범죄자를 대사로 임명하고 도피시켰잖아요. 보통 조직폭력배들이 범인을 도피시킬 때 밀항을 시켜요. 그런데 현 정부는 합법적으로 대사를 관제 밀항시킨 겁니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면서 뒤로는 이익을 취하고 잘못을 덮는 데 권력을 활용하고 있는 거죠. 어떤 정권보다도 심각합니다. 
 
-다음 총선에도 출마할 계획인가요?
 
제가 민간에서도 일해보고 공무원으로도 일해봤는데요. 공무원으로 일할 때가 훨씬 재밌었습니다. 공공선을 위해 일할 때가 보람되고 훨씬 힘이 나요. 그래서 앞으로도 공공선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씀은. 
 
채상병 특검법안이 빨리 국회에서 통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해병대 예비역 연대와 함께 채상병 특검의 조속한 통과와 진상규명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대담=황방열 기자, 정리=한동인 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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