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지난 23일 밤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공연이 끝나자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관객들 앞에서 지휘봉 대신 방패를 흔들어 보였습니다.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습니다. 지휘자는 한 술 더 떠 지휘봉을 검처럼 쥐고 사진 찍을 시간도 주네요.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심포니 테일즈 II : 가디언 테일즈 오케스트라 The Princess & You' 공연 중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인데요. 진솔 지휘자가 이끈 '플래직 게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 밴드'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장장 두 시간에 걸쳐 게임 속 음악 세계로 관객을 인도했습니다. 여느 오케스트라 공연과 달리 무대 위에 게임 아이템까지 등장시키면서 관객의 몰입도를 끝까지 높였습니다.
23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심포니 테일즈 II : 가디언 테일즈 오케스트라 The Princess & You' 입장권 예매자들이 줄 서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가디언 테일즈'는 미국 개발사 콩 스튜디오가 만들고
카카오게임즈(293490)가 배급하는 RPG(역할수행 게임)인데요. 고전풍 도트 그래픽과 흥미로운 전개, 곳곳에 연출되는 유머 등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가디언 테일즈 오케스트라 공연은 2022년 10월 이후 두 번째로 열렸습니다. 첫 공연은 예매 5분만에 전석 매진됐고, 이날 공연도 매진에 가까운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심포니 테일즈 II는 모험의 설렘으로 시작해 장대한 감동으로 이끄는 곡 'Heavenhold'로 막을 열었습니다. 이후 시즌 2를 돌아보는 식으로 이어졌는데요. 합주가 이어지는 동안, 무대 상단에는 관객들이 게임에서 보낸 여정을 돌아볼 수 있는 주요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게임을 해 보지 않은 사람도 대강의 흐름을 이해하며 음악에 빠져들 수 있는 구성이었습니다.
진솔 지휘자가 방패를 들고 나와 자세 잡고 있다. (사진=카카오게임즈 '심포니 테일즈 II : 가디언 테일즈 오케스트라' 실황 중계 유튜브 캡처)
게임의 특징은 상호작용이죠. 공연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솔 지휘자는 공연 2부를 시작할 때 "최근에 '역병 의사'를 얻었어요(오오). 좋은 거예요?(예!)"라며 공감대를 넓혔는데요. 굿즈를 줄 관객 열 명을 추첨할 땐 '몇 층, 몇 열, 몇 번' 하는 식으로 좌석 번호를 불렀고 그때마다 관객석에선 탄식과 환호가 교차했습니다.
진 지휘자는 마지막 곡 연주를 앞두고 방패를 들고 나와, 음악 여행을 함께 해준 '기사님'들과 마음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게임 로그인 음악으로 앵콜곡이 끝난 뒤엔, 시즌 3 예고편이 공개됐는데요. 기사들은 뜻밖의 '차회 예고' 영상을 보며 작은 감탄을 내뱉다가, 마지막에 시즌 제목 '귀환'이 나타나자 탄성을 질렀습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후속 공연 계획에 대해 "아직은 없다"면서도 "많이 좋아해주셔서 긍정적으로 고려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공연 전에는 같은 극장에서 가디언 테일즈 개발 방향을 설명 행사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김부강 콩 스튜디오 디렉터가 다가올 시즌 3 업데이트 내용을 소개했고, 게이머 30명과 질의응답도 진행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