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LG그룹이 초거대 인공지능(AI) '엑사원' 사업을 금융·증권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엑사원을 자체 개발한 LG AI연구원은 해당 분야의 기업을 상대로 그동안 쌓아온 AI 전문성과 경쟁력 강조에 공을 들이는 모습입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G AI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권사들과 미팅을 진행, 엑사원의 주요 기능 설명과 활용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증권사들은 엑사원에 주가 지수 분석 등이 가능한 딥러닝 기반 시계열 예측 기능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LG AI연구원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시계열 알고리즘 기반 예측 모델로 실력을 입증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22년 세계 최대 규모의 시계열 예측 AI 경연 대회인 'M6'에 참가해 투자 포트폴리오 수익률 부문에서 전체 4위를 차지했습니다.
국내 금융투자업체인 크래프트 테크놀로지스와 금융상품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양사가 설계한 상장지수펀드(ETF) 'LG 크래프트 AI-파워드 US 라지-캡 코어(LQAI)'는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습니다.
LG AI연구원이 개발한 LQAI 모델은 다양한 위험 분석 지표를 학습하고, 과거 데이터뿐 아니라 최신 데이터도 고려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나타낼 수 있는 자산 분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LG 관계자는 "엑사원과 관련해 금융증권 업계의 다양한 회사들과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지난해 7월19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컨버전스홀에서 열린 LG AI 토크 콘서트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LG
AI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삼은 'ABC(AI·바이오·클린테크)'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사업입니다. 구 회장은 지난 2022년 엑사원 등 AI와 데이터 분야 연구개발(R&D)에 3조6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LG AI연구원에 대한 투자가 집중됐습니다. LG AI연구원을 산하로 둔 LG경영개발원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작년 한해 AI 관련 투자활동을 위해 쓴 현금 규모는 1691억원으로, 1년 전(433억원)과 비교해 3.9배나 늘었습니다.
이는 엑사원 버전 2.0 개발이라는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LG AI연구원은 2021년 12월 엑사원 1.0을 선보인 이후 1년 반개월여 후인 지난해 7월 엑사원 2.0을 공개했습니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 2.0을 기반으로 '유니버스·디스커버리·아틀리에' 3대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이 가운데 금융증권 분야에 적합한 플랫폼은 금융과 화학, 특허 등 특정 분야에서 최신 전문 데이터를 다루는 유니버스가 유력해보입니다.
유니버스는 지난해 7월부터 특허청이 추진하는 '특허 전문가 AI' 구축에 투입됐습니다. 특허·문서의 검색과 분류, 요약 등 행정 서비스에 활용 가능한 AI 모델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유니버스 학습에 필요한 문서 수집·가공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LG AI연구원은 국내 시중은행 한 곳인 우리은행과도 엑사원 활용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양사는 지난해 상반기 상담과 대출 등 금융에 특화한 엑사원 도입을 위한 기술검증(PoC)을 마쳤고, 사업화 관련 구축 비용 등에 대한 계약 사항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