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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정준우 기자]
HMM(011200)이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 전망에 대처하기 위해 벌크선 비중 확대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HMM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2년 대비 50% 이상 감소했다. 컨테이너선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에 진입하면서 운임이 하락한 탓이다. HMM은 경제 상황과 운임의 영향이 큰 컨테이너선 사업 비중을 줄이고 장기계약 위주인 벌크선 사업 비중을 늘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사진=HMM)
공급과잉에 급감한 수익성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의 지난해 연결매출은 8조4010억원, 영업이익은 584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2년 매출(18조5828억원)과 영업이익(9조9494억원)에서 각각 54.8%, 94.1% 감소한 실적이다.
HMM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한 원인은 컨테이너선 운임이 하락한 까닭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시장은 새로운 선박이 인도되면서 선복량(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공간)은 크게 늘어나는 반면,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폭은 선복량 증가율을 밑돌고 있다. 수요보다 공급 과잉된 까닭에 운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항로 공격에 해상운임이 급등했지만 2월 이후 운임은 하락세로 다시 전환했다.
컨테이너선 운임 지수인 SCFI(상하이 컨테이너선 지수)는 지난 2022년 1월 5109.6P(포인트)였으나, 2년이 지난 3월 말 1732.57P로 66% 하락했다. 중동 정세 불안에 지난해 12월 한차례 운임이 급등했지만 하락 추세로 다시 기울었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는 컨테이너선 공급 증가에 따른 영향이 운임 하락에 불을 지폈다고 분석하고 있다.
운임 하락 여파는 글로벌 해운사들의 적자로 이어졌다. 머스크는 이미 지난해 컨테이너선 사업에서 9억2000만달러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HMM은 지난해 전 세계 10대 해운사 중 대만의 에버그린사와 함께 유일하게 흑자를 냈지만 컨테이너선 공급과잉에 따른 운임 하락의 여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운임 전망도 밝지 않다. 이에 머스크사는 지난 2월 실적발표회에서 컨테이너선 시장에 ‘새로운 어둠’이 예상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공급 과잉에 따른 컨테이너선 운임 하락으로 해석된다.
운임 하락의 배경에는 컨테이너선 공급 확대가 꼽힌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컨테이너 선복량 증가율은 8.29%로 전 세계를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의 총 선복량은 2022년 2570만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부르는 단위)에서 지난해 2783만TEU로 늘었다. 클락슨 리서치는 올해 컨테이너선 선복량 증가율을 7.09%로 예상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내년에도 올해와 유사한 선복량 증가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업계에서는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운항 시간 증가로 빠른 배송이 어려워진 상황이 선복량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 진단하고 있다.
반면 컨테이너 물동량은 선복량 증가분을 따라가지 못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은 0.5%에 불과했으며, 올해는 기관별로 물동량 증가율이 3~4%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을 의미하므로 향후 해운업계의 경쟁이 심화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경쟁 심화는 운송 원가와 운임 하락으로 이어지며 결국 컨테이너선 사업이 주력인 HMM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해운업계의 불확실성이 큰 탓에 HMM의 올해 실적을 내다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대신증권(003540)은 올해 HMM의 연간 실적 전망이 현 상태에서는 추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매출다변화로 불확실성 줄이기
HMM은 컨테이너선 시장의 불안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벌크선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컨테이너선 사업은 운임 변동 반영이 빠르지만 벌크선 시장은 5~10년의 장기공급계약 위주의 사업이라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HMM의 벌크선 사업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14.8%를 차지해 2022년(5.8%)에서 2배 이상 증가했다. 벌크선 사업 매출액도 같은 기간 1조948억원에서 1조2431억원으로 13.5% 늘었다.
HMM은 과거 현대상선 시절이었던 2013년 당시 벌크선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4%에 달했으나, 지난 2016년 경영난으로 인해 벌크선 사업부를 매각한 바 있다. HMM은 벌크선 사업을 매각하면서 컨테이너선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짰지만 지난 2022년 이후 벌크선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HMM이 벌크선 사업을 다시 확대하는 이유는 앞서 말한 컨테이너선 시장의 어두운 전망 때문이다.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으로 운임이 하락할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어든다. 해운업계 전망에 따를 경우 컨테이너선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HMM은 지속적으로 수익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만, 벌크선 비중을 확대할 경우 컨테이너선 사업의 악화되는 수익성을 보강할 수 있다. 컨테이너선 시장과 벌크선 시장은 상호 연관되는 부분이 적다. 취급하는 품목부터 사업 운영 방식까지 두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 이에 컨테이너선 사업과 벌크선 사업이 같이 침체될 가능성이 낮아 위험 분산이 가능하다.
아울러 벌크선 사업의 수익성도 높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HMM의 벌크선 사업 영업이익은 186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벌크선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15%다. 컨테이너선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10%인 점을 감안하면 벌크선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더 높다. 아울러 앞으로 컨테이너선 운임 하락에 무게가 실리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벌크선 사업을 늘려 수익성 방어를 할 수 있다. HMM은 향후 2026년까지 현재 35대의 벌크선 선단을 55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HMM 측은 벌크선 사업 확대 배경 등을 묻는 <IB토마토>의 질문에 “벌크선 시장은 컨테이너선 시장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벌크 선단을 키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