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딜레마'…문제는 '재정 부담'

흔들리는 '오일 요람'…유류세 인하 '장기화'
4월 연장할 겨우 2021년 이후 9번째 '재연장'
14개월간 유류세 인하…덜 걷힌 세금 '9조원'
"재정 부담 늘고 장기적으로 큰 효과도 없어"

입력 : 2024-04-03 오후 5:30:00
 
[뉴스토마토 백승은·임지윤 기자] 지정학적 불안정성의 증대로 인한 국제유가의 널뛰기가 최대 복병이 되고 있습니다. 관련 여파가 2~3주 후 국내에 미친다는 것을 미뤄 볼 때 기름값 인상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특히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정책이 장기화할 경우 재정 부담에 대한 고민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임시에 그쳐야 할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덜 걷힌 세금은 불어나는 반면, 추가 세수 조달의 묘책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국제유가 변동, 물가등  상황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 추가 연장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사진=뉴시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국제유가 변동, 물가등  상황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 추가 연장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국제유가 추이의 불안으로 추가 연장할 경우 유류세 인하 조치는 지난 2021년 11월 이후 9번째 연장이 됩니다.
 
최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생경제점검회의를 통해 "국제유가 불안이 지속된다면 유류세 인하를 올 4월 이후에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9번째 재연장·30%대 인하 가능성↑
 
정부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 및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고 있습니다. 인하 전 리터당 탄력세율은 휘발유 820원, 경유 581원이었습니다. 현재 유류세는 휘발유의 경우 205원(25%) 낮아진 615원, 경유는 212원(37%) 인하된 369원입니다.
 
지난 2021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정부는 유류세를 20% 낮췄습니다. 이후 2022년 5월부터 6월까지는 30%를 적용했습니다. 2022년 7월부터 12월까지는 탄력세율을 적용해 최대치인 37%까지 확대한 후 지난해 1월부터 25%로 줄였습니다. 다만 경유와 LPG부탄은 37%를 적용했습니다.
 
문제는 오일 요람이 흔들리면서 유류세 인하 정책도 장기화를 맞고 있다는 점입니다. 석유수출기구 플러스(OPEC+)의 자발적 감산 결정으로 공급이 줄고, 중동 지역 등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일(현지 시각)에도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정유 공장을 공격하는 등 위험 요인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요동치는 국제유가 탓에 지난 2월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2% 증가했습니다. 2023년 2월(-1.7%) 이후 줄곧 마이너스였던 석유류가 증가로 돌아선 것은 14개월 만입니다. 휘발유의 경우 3.0% 증가했는데, 올 1월까지 1500원대에 머무르다가 2·3월 1600원대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유류세 인하 연장 가능성이 유력합니다. 기름값이 더 뛸 경우 지난 2022년 하반기와 같이 30%대로 인하율을 늘릴 가능성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제유가도 고려 대상이고, 세수 영향과 물가도 고려 대상"이라며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국제유가 변동, 물가등 상황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 추가 연장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덜 걷힌 세금'…부담 커지는 '재정'
 
유류세 인하 연장이 또 확정될 경우 덜 걷힌 세금은 더욱 불어날 전망입니다. 기재부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시행된 2021년 11월~2022년 12월까지 14개월간 덜 걷힌 세금 추산치는 9조원에 달합니다. 
 
연장 시 세수 공백이 커질 것이 분명한데, 이를 메울 재정 조달 정책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지난해 56조4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세수 결손이 발생했는데도 유류세 인하가 장기화하는 등 세수 부족을 부추긴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앞세우는 '건전재정' 기조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입니다.
 
유류세는 국제유가 등 외부 요인이 커 구조적으로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달라지는 가격에 적응해야 하는데, 이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막고 있어 시장경제학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우석훈 경제학자는 "(유류세 인하 조치는) 아주 급하거나 위기일 때 임시로 쓰는 거지, 계속 연장하면 일상적인 조세 체계가 되는 것"이라며 "당연히 재정 부담이 늘고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유류세는 구조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어 소비자들도 일정 부분 외부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하는데, 기름값이 오를 때마다 세금을 빼서 막는 게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우석훈 학자는 "기름값이 오를 경우, 유럽에서는 친환경 차 지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은 여력이 없다 보니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고 있는데 이로 인해 소비가 줄어드는 역행적인 형국"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결국 석유를 줄이는 게 세계적인 흐름인데도 계속 (유류세 인하 정책을 펼치며) 버티고만 있으면 에너지 전환 속도만 늦어질 것이다. 연비를 좋은 차에 재정을 지원한다든가, 전기차 등 미래차에 지원을 늘린다든가 하는 적극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국제유가 변동, 물가등  상황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 추가 연장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임지윤 기자 100win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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