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서민 애환을 달래는 대표 술 막걸리가 최근 불황 직격탄을 피해 가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막걸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해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열풍과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바 있는데요. 하지만 최근 젊은 수요층을 중심으로 하이볼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등 주류 트렌드가 급변하고,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 논란으로 타격을 입으며 인기가 시들해지는 추세입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순당의 연결 기준 매출은 705억원으로 전년(746억원) 대비 5.54%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5억원으로 1년 전 91억원보다 51.18% 줄어들며 반 토막 났습니다.
'장수막걸리'를 생산하는 서울장수도 지난해 실적이 좋지 못했는데요. 서울장수는 지난해 매출액이 399억원으로 전년(406억원) 대비 1.83%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4억원으로 전년(38억원)보다 10.38% 감소했습니다.
또 '지평생막걸리'로 유명한 지평주조의 경우 매출은 441억원으로 전년(387억원) 대비 13.8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6억원으로 전년(60억원)보다 40.57% 하락했는데요.
이처럼 막걸리 업계의 실적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주류 트렌드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혼술 열풍이 불면서 전통주, 탁주 시장의 급성장이 이뤄졌는데요. 하지만 지난해 엔데믹으로 전환된 이후 젊은 수요층이 하이볼, 위스키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막걸리 시장은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국순당의 경우 지난해 생막걸리의 매출액은 313억원 규모로 전체 44.43%를 자치할 만큼 탁주의 비중이 절대적입니다. 아울러 약주인 백세주의 경우 19.74%인 139억원 수준인데요. 전통주 비중이 워낙 높다 보니 트렌드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7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와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가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 분류군(2B)에 포함한 점도 막걸리 업계에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그간 막걸리 업계는 대부분 제품에 단맛을 내는 아스파탐을 활용해 왔습니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스파탐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며 사용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스파탐에 대한 거부감은 점점 커져갔는데요. 추후 막걸리 업체들은 아스파탐을 빼고 수크랄로스 등 다른 감미료로 대체하는 시도에 나섰음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원래 전통주 및 탁주 업계는 주요 타깃이 서민층인 만큼 꾸준히 점유율이 확대돼 왔던 시장"이라며 "오히려 최근 수년간의 급성장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 홈술 및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뤄진 특이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업계 입장에서는 주종을 다양화하고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점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시기를 맞이했다고 본다. 국순당 등이 데킬라를 신사업으로 선택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며 "다만 전통주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는 선에서 점진적인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막걸리를 고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