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단기 대신 장기 성과급…'RSU' 도입 '관심'

한화·두산·포스코퓨처엠 등 RSU 도입
LS그룹, RSU도입 후 1년 만에 폐지
기업 승계 악용 등 문제점도

입력 : 2024-04-0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 기업들의 새로운 성과보상 제도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RSU제도는 단기 성과에 따라 지급되는 보상이 아닌, 중장기 성과를 평가해 일정 기간 뒤 주식을 주는 방식입니다. 이미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을 시작으로 두산과 포스코퓨처엠 등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RSU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간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스톡옵션 제도는 주로 단기 성과에 따른 보상으로 주가가 오르면 임직원들이 주식을 팔고 회사를 떠나는 부작용이 종종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RSU제도는 회사의 장기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되고 개인에게도 일할 동기를 줄 수 있어 회사와 임직원 모두 '윈윈'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평가받습니다.
 
다만, 지급 대상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노동조합과의 갈등과 주가가 내려가면 보상 금액도 줄어들 수 있는 단점, 경영권 승계 논란 등 각종 갈등을 조장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국내 기업 RSU 도입 사례. (그래픽=뉴스토마토)
 
 
미국 등 RSU 이미 자리잡아…국내 대기업 '속속' 도입
 
국내에서는 아직 낯설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스톡옵션' 대신 RSU제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03년 이 제도를 처음 적용했는데요. 2010년 테슬라가 도입했고, 애플은 2011년 임원과 엔지니어에 한해 RSU제도를 썼습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한화그룹을 시작으로 두산과 LS, 네이버 등 대기업을 비롯해 쿠팡 등 신생 기업들도 임직원 성과 보상 체계로 RSU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국내선 지난 2020년 한화가 처음으로 도입했습니다. (주)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등 일부 계열사에 적용해 온 RSU제도를 그룹 전 계열사로 확대했습니다. 또한 기존엔 최고경영자(CEO) 등 고위급 임원에게만 지급했으나, 앞으로는 팀장급 직원까지 적용 대상에 넣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최근까지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주)한화로부터 53만2000주, 한화솔루션에서 34만6000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10만4000주를 RSU제도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양도 제한 기간은 10년으로 2033년부터 수령이 가능합니다.
 
두산그룹도 지난 2022년에 RSU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해 3만2266주의 주식을 받았는데요. 양도 제한 기간이 3년이라 2026년 지급이 확정됩니다. 두산은 장기간 성과보상 제도를 운영했고, 최근 RSU제도로 전환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포스코퓨처엠도 지난해 RSU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했 핵심 인력을 대상으로 2000여주의 자사주를 지급했습니다. 금액으로는 약 8억원 상당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RSU제도는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도입된 성과 보상 시스템"이라며 "회사의 장래 가치에 따라 개인의 보상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회사·임직원·주주가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속노조 한화그룹 노조합협의회가 한화그룹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표진수기자)
 
지급 대상·기업 승계 악용 등 RSU 도입 문제도
 
지급 대상과 기업 승계 악용, 법적 근거 미미 등의 문제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국내에서 아직 RSU제도에 대한 구체적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만큼 갈등의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화오션 노동조합이 사측에 RSU 지급을 요구하며 모그룹인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시위에 나선 바 있습니다.
 
노조 측은 RSU 300% 지급 등 사측이 약속했지만,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화오션 사측은 RSU는 성과에 연동되는 보상 체계로, 무조건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또한 LS그룹은 지난해 도입했던 RSU 제도를 승계와 관련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로 1년 만에 폐지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지주사 (주)LS의 지분 현황을 보면, 개인 기준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구자은 회장이 지분율 3.63%(보통주 116만8600주)에 불과합니다. LS그룹 특유의 4촌 공동 경영에 따라 오너일가가 지분을 나눠 가져 대주주가 없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LS의 적은 지분차이로 인해 RSU가 지분변동에 미칠 가능성이 높아 RSU제도의 존속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처럼 기업 승계나 지배력 강화에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면서 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RSU를 제한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RSU 제도의 순기능을 인정하면서도 RSU가 대기업 오너 일가의 세습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용우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면서 "RSU가 재벌총수의 승계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지적이 많다"며 "좋은 경영진을 확보하고 회사에 오래 머무르게 하려는 본래의 취지에 맞도록 제도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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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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