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국책은행들, 정부 배당은 '앞전' 건전성 관리 '뒷전'

산업은행 등 BIS비율 당국 권고치 턱걸이
자기자본 늘려야 하는데 고배당 유지

입력 : 2024-04-15 오전 6:00:02
[뉴스토마토 이종용·김한결 기자] 금융당국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삼고 현상에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은행권에 자본건전성의 핵심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라고 권고하고 있는데요.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강 건너 불구경입니다. 자산건전성 지표를 높이려면 정부 배당을 줄여 자기자본을 늘려야 하지만 높은 배당률은 유지한 채 정부 출자를 받아 당국 권고치에 턱걸이를 하는 수준입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책은행들의 건전성은 시중은행 대비 악화한 상황입니다. 지난해말 기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BIS비율은 각각 13.68%와 14.87%, 14.57%로 은행권 평균인 15.66%를 밑돌았습니다. 산업은행의 경우 당국이 은행 건전성을 위해 권고하는 기준치(13%)에 간신히 턱걸이하는 수준인데요.
 
BIS비율은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로, 은행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대형 민간은행들은 BIS비율이 전반적으로 국책은행 수준이나 당국 권고치를 훨씬 웃돌았습니다. KB국민은행은 18.08%, 신한은행 18.08%, 하나은행 17.93%, 우리은행 16.03%로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의 배당정책은 위험자산 증가를 고려한 자본적정성 규제로 의사결정의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시중은행의 높은 배당 수준은 내부유보자금을 줄이고, 채권자나 예금자에게 은행 위험을 전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규제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은행은 배당을 통한 주주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대출 자산의 부실화를 고려한 적정자기자본 수준을 유지해야 합니다. 은행들이 기본자본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나 배당억제, 지주사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은행증자,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 등의 방법을 생각할 수 있는데요.
 
가장 대표적이고 손 쉬운 방법은 배당금을 줄여 자기자본으로 편입시키는 것입니다. 은행이 벌어들이는 순이익 대비 배당금이 높으면 은행의 내부 유보금 적립 규모가 낮아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향후 은행이 대규모의 충당금을 쌓을 경우 자산건전성이 낮아져 정부 출자 등을 요구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국책은행의 2023년도 평균 배당성향은 30%대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4대 금융지주의 배당성향 추이와 대비됩니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2023년도 평균 배당성향은 전년과 같은 25.5%로 나타났습니다. 신한금융의 배당성향은 24.9%로 전년 대비 2.4%포인트 하락했습니다. KB금융은 배당성향을 전년과 같은 25.3%로 유지했습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배당성향은 각각 28.4%, 29.7%로 전년 대비 1%포인트 가량 상승했지만 30%에 못 미칩니다.
 
문제는 국책은행이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배당성향을 높였다는 점입니다. 국책은행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본점 이전, 수출 감소, 정책금융목표 확대 등 경영 여건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배당액 확대에 따른 자기자본 확충 부담까지 커진 상황입니다.
 
자산 대부분이 외화자산인 수출입은행은 고환율에 취약한 구조입니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커지자 위험가중자산과 함께 위험노출액 규모도 확대되는데요. 원·달러 환율이 안정선인 1100원 내외일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면 위험가중자산 규모가 커지고 BIS 자기자본비율도 압박을 받게 됩니다. 오히려 배당성향을 줄여 자기자본을 쌓아야 합니다.
 
늘어난 정책금융목표도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정부는 올해 초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의 연간 자금공급 목표를 총 212조원으로 설정했습니다. 과거 공급목표액 증가율은 2~3%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엔 11%, 올해 6%에 달합니다. 산업은행의 경우 본점 부산 이전이 추진되고 있어 관련 비용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정부가 국책은행과 민간 금융사에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결과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민간 은행지주에는 합리적 수준의 배당으로 손실흡수 능력을 키우라고 강조하면서 국책은행들에는 높은 배당률을 눈감아 준다는 겁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감독업무계획에서 은행권 손실흡수능력 확보를 우선 과제로 제시했는데요. 실제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 신설을 골자로 한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은행에 대손준비금을 더 쌓으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되는데, 그러면 배당가능이익은 감소하게 됩니다.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은 올 상반기 중 시행할 예정입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상하지 못한 경제 위기가 발생할 경우 국책은행은 자금 지원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되는데 자본건전성이 높지 않으면 적기에 자금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결론적으로 국책은행에 세금을 다시 투입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데 이 같은 비정상적인 운영 방식을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종용·김한결 기자 yo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종용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