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경영평가, '질'보다 '양'

정책금융 공급 규모 배점 높아
"정부정책에 적극적" 비계량적 지표 의존

입력 : 2024-04-15 오전 6:00:03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정부가 매년 실시하는 국책은행 경영실적평가가 질보다 양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평가 항목을 보면 정책금융 공급 규모와 정부 권장정책 대응 정도 등에 대한 배점이 높은데요. 코로나19 이후 금융지원 관련 정책과 기관별 대책이 쏟아진 시기에는 건전성 지표와 상관없이 '우수' 등급 일색입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금융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2022년 기준)에서 A등급을 받았습니다. 전년도에 최고등급인 S등급을 받았던 기업은행은 한 단계 낮아졌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는 매년 국책은행 등 소관 금융공기업을 대상으로 경영평가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평가결과는 최고등급인 S(탁월)와 우수(A), 양호(B), 보통(C), 미흡(D), 아주 미흡(E) 등 총 6개 등급으로 매겨집니다.
 
국책은행의 경영실적평가 항목을 보면 국책은행이 정부의 권장정책에 충실히 따랐는지 아닌지가 점수를 좌우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총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경영관리부문(40점), 주요사업부문(60점)으로 나뉘고, 각 부문별 항목은 수치화가 가능한 정량적 계량 지표와 정성적 비계량 지표로 나뉩니다.
 
경영관리부문에서는 계량 지표에서 이익목표달성도(충당금 적립전 기준, 4점)와 비계량 지표에서 정부 권장정책 대응(3점)이 높은 점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요사업부문에서는 각각 자금목표달성(6점), 국가전략산업 지원(8점) 등의 배점이 높게 책정돼 있습니다.
 
지난 2020년 기점으로 각 기관별 주력산업 지원(2점)과 중소중견기업 지원(4점) 항목의 배점이 낮아졌는데요. 국책은행 경영실적평가 항목에 일자리창출기업 지원 및 일자리창출 성과 항목(총 7점)을 신설하면서 배점 조정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주요사업부문 내 건전성 관리지표 항목은 배점 10점으로 비중이 낮습니다. 지난해 국책은행 3곳 모두 건전성 관리 부문에서 만점을 받았는데요. 핵심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금융감독원의 권고치 13%를 겨우 넘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득점을 받은 겁니다. 경영실적평가에서는 평가 기준을 당국의 권고치가 아니라 지난해 기관이 제시한 목표치 달성 여부를 기준으로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책은행의 경우 BIS비율 하락 등 건전성 악화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전년도 정책자금 공급 규모와 구조조정 등 정책 성과가 배점이 높아 우수등급을 유지한 셈입니다. 특히 주요사업 부문에서 비계량적 평가 요인이 고득점의 비결로 꼽히는데요.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투자유치(한화그룹 인수), HMM 구조조정, 쌍용자동차 매각 등의 성과를 평가 받아 국가전략산업 지원 항목에서 만점을 받았습니다. 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의 경우에도 K-방산 역대급 수주, 중소벤처기업 대규모 자금 지원 등의 성과를 인정받았습니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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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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