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북중·중러 '결속'…편중외교 속 샌드위치

세계질서 다극화에도 '편중외교' 외길…"성찰과 변화 필요한 때"

입력 : 2024-04-12 오후 5:04:26
5박7일간의 영국·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1월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대한민국이 총선 후폭풍에 시달리는 사이, 국제 질서는 숨 가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국방·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정상회담을 진행했고, 북한과 중국은 수교 75주년을 맞아 본격적인 협력 강화에 나섰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다음 달 중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고립된 '한국 외교'입니다. 우리 정부가 미·일 '편중 외교'에 치중하는 사이 일본은 북한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은 이를 후방 지원하고 있습니다. 세계질서가 다극화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외교는 '샌드위치'처럼 끼인 꼴이 됐습니다.
 
미일 협력 속 북한에 '대화 손짓'…뭉치는 '북중러'
 
12일 외교가에 따르면 미·일 양국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통해 국방·안보 협력 강화에 합의했습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한 공동기자회견에서 "동맹이 구축된 이래 가장 중요한 업그레이드"라고 평가했습니다.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고 북핵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한·미·일 협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내용인데요.
 
주목할 대목은 '북·일 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미국의 호응입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과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고위급 협의를 계속하겠다"며 북·일 정상회담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재차 밝혔는데, 바이든 대통령도 "우리는 우리의 동맹국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기회를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단절하고 '힘에 의한 평화'에 몰두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은 미국의 후방 지원을 등에 업고 북한과 대화에 나선 겁니다. 특히 북한도 비교적 일본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한반도 내 한국의 입지만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북·중·러의 '결속'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중국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지난 11일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아 분야별 협력 확대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방북 인사 격을 높이는 양상입니다. 특히 자오 위원장의 방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오는 5월 취임식 직후 중국을 공식 방문할 예정입니다. 중·러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 파트너십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한층 공고히 한다는 계획입니다. 중·러와 북·중 각각의 협력은 북·중·러 3국의 결속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과 신임 국가안보실장에 내정된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신임장 수여식에 참석해 있다. 왼쪽은 김태효 안보실 1차장. (사진=뉴시스)
 
총선 참패에도 '외교안보 라인' 굳건…"고립 지속"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세계 질서가 급변하고 있는 건데, 정작 우리 정부는 '실용적 외교정책'을 펼치지 못한 채 더욱 고립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부터 바이든 정부가 표방하는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대결에 편승하면서 중·러와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요. 반면 일본은 미·일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중러와의 실리적 접근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국익 중심의 외교가 실종됐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미·중 전략 경쟁 시대라고 해서 미국 일변도로 가는 정책은 세계 어느 나라도 채택하고 있지 않다"며 "미국과의 동맹은 필수지만 중국·러시아와의 외교도 우리의 이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적대시하거나 비우호적 관계로 설정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현 정부는 외교를 보는 시각이 이분법적인 세계관으로 치중돼 있는데, 이번 선거로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소장은 특히 "한 나라의 외교를 정의감에만 비중을 두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며 "국제관계에 있어서는 국익과 국민의 번영·생존 관점에서 쓴 밥이라도 먹어야 한다. 지금보다 훨씬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총선 참패에도 현 정부가 외교안보 정책을 기존대로 이끌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총선 참패 후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진이 사의를 밝혔는데, 여기서 국가안보실은 제외됐습니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 초빙교수는 "윤석열정부가 총선의 책임론을 얘기하면서도 외교안보라인의 교체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현재의 외교안보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 밑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알려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경질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22대 국회에 입성하는 국립외교원장 출신의 김준형 조국혁신당 당선인은 "미국도 사실은 중국에 온건책과 강경책을 모두 쓰고 있기 때문에 우리만 고립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입법으로 정부에 대한 외교 견제가 힘들다면 결의안 등을 통해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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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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