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승은·김소희·임지윤 기자] 4·10 총선 이후 국민의힘이 완패하고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밀어붙이기가 갈림길을 맞았습니다. 의대 증원은 이미 확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총선 여부와 관련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과 정책 기조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는 예측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전공의 복귀 여부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대학병원들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의정의 대화를 통한 화합이 절실하다면 서도 병원 수가 제도 개선 등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12일 <뉴스토마토>가 전문가를 대상으로 총선 끝 '여소야대' 확정 뒤 의대 증원 전망와 관련해 의견을 물은 결과, 증원 확대에 대한 이견은 없었습니다. 다만, 기존 정책 기조부터 일부 궤도 수정 가능성까지 관측은 상존했습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0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사가 점심시간을 이용해 선거 특집 뉴스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은 총선 이후 사실상 '숨고르기'에 나선 상황입니다. 그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이끌어 온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사임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총괄해 온 보건복지부 브리핑도 '일시중단' 상태입니다. 지난달 20일부터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주재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를 진행하고, 기자들을 상대로 설명 및 질의응답을 하는 브리핑을 매일 같이 진행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이달 8일 이후 브리핑은 나흘째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 교수는 "2000명 의대 정원 확대는 이미 결정됐기 때문에 총선 결과와 무관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의대 증원을 되돌리기에는 그간 (정부가) 했던 말을 회수할 만한 근거가 하나도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의대 정원은 대학 입시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윤 정부가 되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정치인들이 행정적으로 상당 부분 진행된 절차를 뒤집을 경우 소송 문제 등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형선 교수는 "의대 증원 문제를 뒤집는 데는 소송 부담이 크고, 입시 관련 사안인 만큼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정부가 의대 증원을 예정대로 진행하되, 2000명을 고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숫자보다 의료 교육의 공공성을 세우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숫자보다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의료계에서) 주장해 왔는데, 정부가 정말 총선 참패를 반성하고 민생을 돌보려고 한다면 의사를 공공적으로 양성하고 정책으로 전환해 의료 공공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병원 경영난 '수렁'…의정 대화해야
총선이 끝났지만 전공의 복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의대 증원 논쟁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부분이나 전공의의 100% 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됩니다. 특히 필수 의료 분야의 전공의가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이형민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대 증원이 전면 백지화하더라도 절반가량 들어올지도 확실치 않다"며 "필수 의료 분야 전공의는 거의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봤습니다.
정형선 교수도 "전공의 100% 복귀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병원 경영난도 수렁으로 빠지고 있습니다. 대한병원협회가 지난 2월16일부터 지난달까지 전공의 수련병원 50곳을 대상으로 의료 수입을 조사한 결과,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238억3487만원, 15.9% 줄었습니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전국의 '빅5' 병원을 포함한 전국 여러 병원도 비상 경영체계를 선포하는 등 병동 통폐합과 직원 무급휴가·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지방 사립대 병원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광래 전 인천의사회 회장은 "정부가 수습 가능한 영역을 떠났다"며 "정부 보조를 받는 공립대와는 달리 사립대는 파산 가능성도 있다. 의대 증원 및 필수 의료 패키지 모두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형만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앞으로 5~10년간은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2월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현 사태가 벌어진 것은 그간 병원의 기형적인 구조에서 기인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형선 교수는 "전공의에게 경증환자를 보게 하는 등 비정상적인 경영에 의존해 그간 병원이 수입을 냈는데, 이런 부분이 바로 잡히면서 병원의 경영이 어려워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수가 제도 자체가 달라져야 하며, 이 부분은 장기적으로 달라져야하기 때문에 경영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에게 부담하는 대신 (병원 자체적으로) 봉급 체계 등을 조정해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광래 전 회장은 의정 간 대화가 중점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환자 사고에 관해 법리적인 리스크를 의사한테 부여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의사가 필수 의료를 굳이 해야 하나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의정이) 존중하며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15일부터 두 달간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를 파악,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과태료 등 행정조치를 할 방침입니다.
지난 11일 대구시내 대학병원에서 신발을 벗은 한 환자가 의자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김소희·임지윤 기자 100win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