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서도 고전"…지방 소주 위기

무학·보해양조·선양소주 등 지난해 실적 저하 뚜렷
소주 시장 위축, 대형 주류 업체 영향력 증가 등으로 고전
지방 인구 소멸 가속화도 근본적 원인

입력 : 2024-04-17 오후 3:58:12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독특한 지역색을 토대로 애주가들의 호응을 얻었던 지방 향토 소주 시장이 최근 전반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전체 소주 시장의 위축 현상이 심해졌고, 대기업의 공습이 거세지면서 기반인 지역 텃밭 공략에 어려움을 겪는 까닭인데요. 여기에 수도권과 비교해 지방 인구 자체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점도 지방 소주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좋은데이'의 무학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1465억7370만원으로 전년(1528억3244만원) 대비 4.1% 감소했습니다.
 
'잎새주'로 유명한 호남권 기반 보해양조의 경우 작년 매출은 930억8479만원으로 전년(908억5878만원)보다 2.45% 증가했지만, 28억370만원의 영업 손실을 입으며 전년(619억원) 대비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충청권 대표 주류 기업인 선양소주는 지난해 매출이 473억8053만원으로 전년(498억8856만원)보다 5.03% 줄었습니다. 또 16억3063만원의 영업 손실을 입으며 전년(70억1134만원) 대비 적자 전환했습니다.
 
이렇듯 지방 소주 업계의 실적 저하는 주류 트렌드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혼술 열풍이 불면서, 알코올 도수가 높아 유흥 시장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던 소주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줄기 시작했는데요. 지난해 엔데믹으로 전환된 이후 하이볼, 위스키 시장 등 주류 수요의 다변화가 이뤄진 점도 소주 전체 시장의 위축 현상을 불러왔습니다.
 
특히 소주 시장의 파이가 줄어들면서도 오히려 대형 주류 기업으로 쏠림 현상은 심화하는 추세입니다. 수도권을 벗어나야 하는 대기업 입장에서 지방은 영업력을 높여야 하는 필수 공략 지역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이들 업체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며 판로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향토 소주는 수요를 빼앗기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매점 소주 매출은 2조3516억원으로 전년 대비 5.39% 감소했는데요. 이중 참이슬이 1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점유율 46.78%를 기록했고 △처음처럼 17.01% △진로 11.27% △좋은데이 6.97%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류 대기업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사실상 주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방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원인도 한몫한다는 분석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51곳은 '소멸 고위험 지역', 67곳은 '소멸 위험 진입' 단계로 집계됐습니다. 지방을 중심으로 전국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수 있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소주 업계의 주력 채널은 유흥 시장인데 지방의 경우 인구 감소가 심각하다 보니 유흥 시장에서 지역 기반 소주 업체들의 영향력도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주류 트렌드 급변도 문제다. 대기업들은 이 같은 분위기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지만, 향토 소주 업체들은 이 같은 움직임에 한계가 있다. 전체 소주 시장의 붐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지방 업체들의 어려움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다양한 국내 소주들이 전시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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