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대형 기자] 충북대 의과대학 등 의대생들이 각 대학 총장을 상대로 대입전형 시행계획과 입시요강을 변경하는 것을 중지하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지방 의대생 대표들은 2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오늘부터 32개 지방 의대생들이 소송을 낼 것"이라며 "가처분을 통해 4월 말로 예정된 대입전형 시행계획과 5월 말로 예정된 수험생 대상 입시요강을 변경하는 것을 중지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절차적 부당성과 학습권 침해 소명할 것"
충북의대 학생회장은 "증원 강행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와 의학교육의 퇴보는 자명하다"며 "민사소송을 통해 충북의대 증원 강행의 절차적 부당성과 이로 인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소명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충북의대에는 당장 신입생 200명이 들어갈 공간 자체가 없다. 임상실습을 위한 병원 환경도 부족하다"며 "비과학적인 의과대학 증원 정책은 지역의료를 책임지고 훌륭한 의사를 양성하겠다는 총장과 정부의 주장과는 모순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노정훈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공동비대위원장은 "학생들은 의학교육의 당사자로서 의학교육을 퇴보시키는 졸속적 증원 정책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는 의학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왜곡하고 묵살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계약위반이자 불법적인 채무불이행"
의대생 측 소송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학원에 수강료를 내고 강의를 듣는 게 민법상 계약인 것처럼 학생들이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재학하는 것 역시 민법상 계약관계"라며 "대학이 학생들의 어떤 동의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입학정원을 3~4배 증원한 것은 계약위반이자 불법적인 채무불이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4월 말 시행계획이 변경되고 5월 말 각 수험생들에게 입시요강이 발표되고 나면 그 이후엔 소송을 낼 수가 없다"며 "지금 당장 중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긴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행정소송과 달리 민사소송은 원고적격을 따지지 않는다"며 "예컨대 충북대의 경우 정원이 49명에서 200명으로 증원되면 의대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또 그것이 회복할 수 없는 긴급한 것인지에 대해서만 심사하기 때문에 효용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제기된 집행정지 신청 6건 모두 "신청인 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된 바 있습니다.
정부 "의료개혁 멈춤없이 추진"
의대생 측에 따르면 '민사소송 선발대'의 원고는 강원대·제주대·충북대 등 총 10개 대학 의대생 1363명으로, 나머지 대학 총장들에 대해서도 이번 주 소송이 접수 완료될 예정입니다.
정부는 지난 19일 국립대 총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2025학년도에 한해 의대 입학 증원 규모를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으나 지방 의대생 측은 예고한 대로 소송을 강행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20일 정부의 자율 증원안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아니기에 의협 비대위는 받아들일 수 없음을 명확히 한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원점 재논의라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2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어 의료계의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유예 주장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의료개혁을 멈춤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2일 오후 지방 의대생들이 자신이 속한 대학 총장을 상대로 한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금지 가처분 소송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의대생들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 등 관계자들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대형 기자 april2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