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카카오(035720)가
AI(인공지능
) 경쟁력 강화를 위해
2930억원 규모의 외화를 확보합니다
. 조달한 자금은
AI 관련 장비 구매와
M&A(인수합병
) 등에 사용될 예정인데요
. 이에 다음 달
9일 진행되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구체적인
AI 전략 방안이 언급될지 주목됩니다
.
24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날 싱가포르 등 해외금융시장에서 2억1220만달러(약 293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카카오는 조달된 자금을 운영 자금과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 등으로 나눠 사용한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1000억원으로 책정된 운영 자금은 AI, 서비스 등과 관련한 GPU(그래픽처리장치) 및 서버 구매 등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나머지 1930억원은 유망한 AI 기업 등에 대한 인수 대금으로 사용됩니다. 카카오는 “카카오의 플랫폼, AI, 콘텐츠 강화를 위한 M&A, JV(합작회사) 설립 등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있다”라며 “이후 집행 내역에 대해서는 규정에 따라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자금 조달은 정신아 대표가 취임하면서 ‘일상 속 AI’ 시대를 선도하겠다고 밝힌 이후 처음으로 드러난 구체적인 AI 전략 방안인데요. AI 기술의 핵심 인프라인 GPU를 확보하고 유망 기술 기업과의 M&A 등을 통해 좀 더 공격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다만, 이번 투자액은 기업 규모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견줘 다소 아쉬운 수치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추정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는 지난해 엔비디아의 GPU ‘H100’을 각각 15만개 가량 사들였습니다. 특히 메타는 올해 말까지 H100과 그에 준하는 GPU를 총 60만개 이상 확보할 계획도 밝혔는데요. H100은 대당 2만5000~3만달러 수준의 가격이 형성돼 있어 메타가 최저가로 구매한다고 가정하더라도 113억달러(약 15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셈입니다.
카카오 사옥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카카오는 앞서 자체 개발한 파운데이션 모델과 글로벌 빅테크의 AI 모델을 유연하게 고려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AI 전략을 펼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카카오의 많은 서비스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비용 경쟁력과 서비스 효용성을 우선 검토하겠다는 취지인데요. 이를 위한 실탄은 이번 EB 발행을 제외하더라도 충분히 확보된 상태입니다. 카카오는 지난해 말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 1조4394억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카카오의 AI 전략은 아직까지 유의미한 행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상호 CAIO(최고AI책임자)를 필두로 AI 통합 전담 조직을 꾸리고 AI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의 합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장기적 AI 로드맵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는 이와 관련 구체적인 AI 전략에 대해서 함구하면서도 “실 서비스에 접목하는 기조의 방향성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증권가에서는 다음 달 9일 진행될 올해 1분기 실적발표를 주목하고 있는데요.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는 2023년 하반기 경영진 교체로 AI 신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이 지연돼 왔다”라며 “이번 실적발표는 새로운 경영진의 첫 공식 석상으로 카카오 생성형 AI의 구체적인 전략에 대한 발표가 기대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김동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전사 조직 개편이 이뤄지면서 신사업의 도입 속도가 더뎌지고 있으나 신임 CEO 체제 하 AI 사업 로드맵에 따라 새로운 기대감이 형성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