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삼성과 LG 한일 합작사업에서 일본의 서로 다른 전략적 선택이 주목됩니다. LG화학과 헝가리 분리막 사업을 합작했던 도레이는 연말 지분을 축소해 조인트벤처의 경영권을 포기합니다. 반면 반도체 기판소재 분야에서 삼성과 합작했던 도레이는 거꾸로 단독 경영권을 확보한 뒤 투자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분리막 사업 전망이 전기차 수요 둔화에 꺾인 반면, 반도체 기판 사업은 인공지능(AI) 붐을 타는 상황과 대비됩니다.
2일 각사에 따르면 반도체 기판 소재는 도레이가 핵심기술(COF 등)을 쥐고 전방 고객사인 삼성전자향 매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도레이와 삼성전기 합작회사인 스템코가 공급처입니다. 과거 삼성전기는 스템코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50%서 30%로 지분 축소)한 바 있습니다. 현재 스템코는 삼성전기 관계회사로, 지분 소유 목적은 단순투자로 분류합니다.
공교롭게 삼성전기가 경영권을 내려놓은 뒤 스템코는 기판 핵심소재인 COF(칩온필름)를 자체 개발하고 세계 최초 양면 COF를 양산하는 등 이 분야 글로벌 선두까지 올라섰습니다. 이후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판 조달 과정에서 도레이에 의존하게 됐습니다.
밸류체인상 도레이 합작사를 하나 더 거칩니다. 스템코에서 소재를 받아 패키징(조립 포장)을 하는 스테코 역시 도레이와 삼성전자간 합작사입니다. 이 회사는 거꾸로 도레이가 50%에서 30%까지 지분을 축소해 경영권을 삼성전자(70%)에 넘겼습니다.
아무래도 패키징업체라 원천기술을 가진 스템코보다 지식재산권 등 무형자산 규모가 더 작습니다. 지난해 스테코는 스템코에서 425억원어치 부품을 사서 패키징 후 삼성전자에 2066억원어치를 팔았습니다. 스템코의 작년 매출은 1791억원으로 파악됩니다. 그 중 스테코향 비중이 23.7% 정도를 차지합니다. 기판 소재의 의존도 측면에선, 그나마 국내 LG이노텍이 스템코의 경쟁사로 올라서 삼성전자가 수급을 나눌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LG 역시 삼성과 라이벌이라 소재 내재화를 포기했던 기회비용의 아쉬움이 존재합니다.
다만, 해당 기판소재사업은 국제 전쟁에 따른 원자재값 상승과 경기 둔화 여파로 올 1분기까지 누적 손실을 이어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본은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회계기간이라 도레이의 연간실적은 6월쯤 발표됩니다. 올 1분기 실적만 남겨둔 채 14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습니다. 도레이 측은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필름사업 관련 “공급체인의 재고조정에 의해 수요가 감소했다”면서 "공급망의 재고조정 영향이 남아 누적 손실이 지속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스템코는 지난해 5개의 국내 특허를 출원했으며 충북 외국인투자지역에 1750억원을 증설투자키로 하는 등 기술 주도권을 이어가려는 모습입니다.
한편, LG화학과 헝가리 합작 분리막 사업은 도레이가 연말에 지분 50%에서 30%까지 축소합니다. LG화학에 지분을 양도하고 70대30 구조로 바뀝니다. 이 가운데 헝가리 법인은 올해부터 시작된 글로벌 최저한세 영향권에 속하며, 일본과 삼성SDI가 주도적으로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 될 경우 쓰임새가 끊기는 등 불리한 환경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