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에어서울의 조종사들이 최근 잇따라 퇴사하면서 코앞으로 다가온 올 여름 휴가 기간 비행기를 몰 조종사 부족으로 자칫 비행기를 멈춰 세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여기에 재직자 15명의 조종사들까지 이직이 감지되면서 회사는 부랴부랴 인력 메꾸기에 나섰습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에어서울 운항승무원(기장·부기장) 20명이 퇴사해 기존 100명에서 80명으로 줄었습니다. 또 20명에 가까운 인원이 이직을 고려하고 있어 회사는 최근 다급하게 기장 요건을 갖춘 부기장 대상으로 기장 승급 실시에 들어갔습니다.
조종사들의 잇따른 퇴사의 가장 큰 이유는 6년 째 동결되고 있는 임금때문입니다.
2015년 4월 창립한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이 100% 출자한 자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 2018년에 운항승무원의 임금을 한 차례 올려준 이후 인상한 적이 없었습니다.
6년 만인 올해 ‘2023년 임금 테이블’이 만들어졌지만 채권단 산업은행의 영향이 불가피해 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6년 만에 하는 임금 인상안에는 기본급 7.5%에 안전장려금 100% 등이 담겼습니다. 이보다 앞서 모기업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 노동조합(APU)은 최근 기본급 7.5%, 비행수당 7.5%, 안전장려금 100% 등이 담긴 2023년도 임금 인상 잠정합의안이 도출돼 작년 임금 인상률은 매듭을 지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서 랜딩하고 있는 에어서울 A321-200. (사진=뉴시스)
또 APU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개년 치 임금 인상률이 2.5% 그쳤지만 인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 자회사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임금 인상이 없었습니다. 2023년 임금 인상안도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은 APU와 달리 비행수당 인상이 없는 걸로 전해집니다.
일각에선 향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따른 메가LCC 탄생 관건은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자생력 유지에 달렸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국내항공사 한 운항승무원은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합쳐지면 메가LCC 탄생될 것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인력난으로 경쟁력을 잃게 되면 세 회사가 합쳐져도 타LCC 보다 더 앞서갈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더욱이 운항승무원 가운데 승객 안전 총책임자인 기장 퇴사자가 더 많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기장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비행기를 멈춰 세워야하는 ‘초유의 사태’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일부 있습니다. 국내항공사 기장은 “기장 승급을 마칠 때까지 기장 공백이 유지된다면 비행기를 운항할 상태가 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에어서울은 기장 승급 실시에 나섰지만, 기장 승급까지 걸리는 3~4개월을 고려하면 여름휴가가 본격 시작되는 오는 7~8월에 기장 공백이 불가피합니다.
에어서울 관계자는 “기장 채용은 없고, 부기장 승격이 있을 예정”이라며 “현재 기장 숫자 자체가 운항에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6년 동안 임금을 동결한 에어서울은 지난해 매출 3109억원 영업이익 644억원을 올리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영업이익률 20.7%를 기록하며 국내항공사 중 최고치를 달성했는데, 이는 사실상 임금 동결에 가려진 최대 이익률로 해석됩니다.
지난 2022년 9월 에어부산이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외부에 랩핑한 최신형 항공기(A321neo)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